[사설] 성급한 중수부 폐지안과 검찰 대응

입력 2011-06-05 17:39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권 폐지를 놓고 국회와 검찰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관계법 소위가 엊그제 중수부의 수사기능 폐지 방안 법제화에 합의하자 검찰이 저축은행 비리 수사와 관련해 사실상의 태업에 들어간 것이다. 여야는 지난 4월 ‘중수부 폐지를 권고한다’는 내용을 대통령령이나 검찰청법에 넣는 방향으로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중수부 폐지를 법으로 명문화하기로 한 것이다.

검찰소위 결정은 민감한 시기에 내려졌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전·현직 국회의원 이름이 거론되는 등 수사가 관계와 금융계를 넘어 정치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소위가 검찰 수사력을 약화시키려고 입법 카드를 꺼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회의원 90여명을 기소한 중수부를 아예 무장해제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검찰소위가 특별수사청 설치 또는 상설특검제 도입 등에 합의하지 못하고 중수부를 해체키로 한 데에는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한나라당이 특별수사청 신설에 반대하고, 상설특검제의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중수부를 폐지할 경우 후속조치까지 패키지로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라고 본다.

검찰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장에 나간 장수들 목을 치고, 저축은행 수사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반발한다. 중수부는 지난 3일 참고인 조사를 중단했고, 5일 예정된 김종창 전 금감원장 소환도 미룬 채 검사들이 출근하지 않았다. 6일에는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수위에 따라 검찰과 국회의 정면대결로 치달을 수도 있다.

검찰은 이성적으로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검찰소위 결정이 불만스럽더라도 냉정을 되찾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정·관·금융계 인사들을 일망타진하는 각오로 수사에 임하는 것이 정도다. 그것이 수사권을 부여한 국민을 섬기는 자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