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담관암
입력 2011-06-05 17:16
70세 남자 환자가 열과 오한, 붉은 소변 증상 때문에 병원을 방문했다. 보름간 배가 간간이 아파 동네 의원에서 촬영한 CT를 가지고 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담관암이 진행 중인 환자였다. 미리 알았더라면 치료할 수 있었던 환자여서 필자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4년 전 종합건강검진 후 ‘간내 담석(간내 담관담석)’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는데, 별다른 통증이 없었고 한 번씩 열이 나면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때우며 추적 검사를 소홀히 한 게 화근이 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담관암은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흔한 암이다. 사망률로 따지면 전체 암 중 6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4300명이 담관암 진단을 받고 있으며, 3600명의 환자가 사망하고 있다.
담관암의 정확한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간내 담관암의 경우 간내 담석과 연관되어 있음이 여러 문헌을 통해 보고돼 있다.
간내 담관암 환자의 1.7∼12.5%가 간내 담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일반인 10만명당 8.9명에서 담관암이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간내 담석 외에는 서양에서 흔한 원발성 경화 담관염과 같이 반복적으로 담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들과 총담관낭과 같은 담관의 선천성 기형, 기생충의 일종인 간흡충 등도 담관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간내 담석이 담관암을 일으키는 과정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보통 담석이 담관을 자극하면서 염증이 생기고, 이 때문에 담관을 구성하는 세포에 변형이 일어나 암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따라서 간내 담석에 의한 담관암은 이론상으로 너무 늦기 전에 간내 담석을 제거하면 담관 세포의 변형을 막아 예방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간내 담석은 또한 담관암뿐 아니라 고열과 간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담관염을 일으키고, 간경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흔히 의사들이 간내 담석의 경우 증상이 없어도 반드시 전문의의 정기 검진을 통해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술과 내시경적 치료 방법 중 어느 것으로 제거해야 할지는 환자의 상태와 담석의 위치, 개수, 간의 상태, 간 기능, 담관암 동반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담관암은 일단 발생하면 치료가 힘든 암 중 하나다. 따라서 황달이나 복부 통증, 발열,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등의 이상 증상이 있으면 적절한 치료와 함께 검사를 통해 담관암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박정엽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