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제작자 송승환 PMC 공동대표 “새로운 넌버벌 퍼포먼스 출현 찬성, 공들인 작품 차용은 안돼”

입력 2011-06-05 17:14


그를 만나기 하루 전 넌버벌 퍼포먼스 ‘비밥’의 프레스콜이 있었다.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란 대사가 아닌 몸짓과 소리, 즉 리듬과 비트만으로 구성된 비언어 퍼포먼스를 말한다.

공개되기도 전부터 ‘난타의 아류작’ ‘한류의 새로운 콘텐츠’라는 정반대 평가가 설왕설래했던 작품이다. 어쩌면 ‘난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이 될 ‘비밥’을 보며 떠오른 건 바로 이 사람이었다. 점점 커지는 넌버벌 퍼포먼스 시장의 개척자이자 창작 뮤지컬계의 손 큰 제작자인 송승환(54) PMC프러덕션 공동대표. 최근의 공연계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해 지난 1일 오후 서울 삼성동 PMC 사무실로 찾아가 만났다.

그는 귀여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늑대의 유혹’ 공연을 앞두고 있었고, MBC 주말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 출연 중이다.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직함은 여러 개 있겠으나 인터뷰는 뮤지컬 제작자로서의 송승환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비밥’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신중하게 답변했다.

“새로운 넌버벌 퍼포먼스가 생기는 것은 얼마든지 찬성입니다. 하지만 앞서서 창의적인 작업을 한 사람과 비슷하게 만드는 건 좀…. 앞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수년 동안 고생해서 만들어낸 걸 따라하는 건 찬성하지 않아요.”

그러더니 덧붙인다. “다만 시장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장을 넓히기 위해선 콘텐츠가 더 많이 필요하죠. 공연 하나를 만들기가 어렵고요.”

그는 난타가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중 하나로 성장한 것에 대해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계속 유지해서 갖고 가야 되겠다는 감정은 있지만, 그걸로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PMC는 ‘젊음의 행진’ ‘달고나’ 등의 창작뮤지컬을 성공시켰고, ‘카’ ‘탈’ 등 검증되지 않은 넌버벌 퍼포먼스도 끊임없이 제작해왔다. 해외에서 수입해 온 콘텐츠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수출을 염두에 두고 계속된 PMC의 작업은 국내 공연계에 줄곧 신선한 바람이 돼온 게 사실이다.

“(지속적으로 수익이 나는) ‘난타’라는 콘텐츠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난타가 없었다면 창작뮤지컬을 계속 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지금도 창작뮤지컬만 네다섯 개 기획하는 중입니다. 수익이 나는 게 있으니 연구개발(R&D) 비용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젊은 작가들에게도 과감하게 맡겨 보려고 하고요.”

천상지희 멤버 린아, 슈퍼주니어 멤버 려욱,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 에프엑스 멤버 루나…. PMC가 제작한 뮤지컬에는 다수의 아이돌 가수가 출연했다. 성공을 장담키 어려운 창작뮤지컬에 스타캐스팅은 제작사 입장에서 손쉬운 선택이다. 그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이돌 가수의 출연이) 긍정적인 건 아니지만 일각에서 얘기하듯 그들이 공연을 망친다는 생각은 안 해요. 뮤지컬 초창기에는 전문배우가 없어서 연극배우들이 뮤지컬을 하다가 나중에야 전문배우가 생겨났죠. 하지만 그들 중엔 스타가 없어요. 향후 스타들이 태어나야 하고, 뮤지컬계의 숙제이기도 해요.”

그러면서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PMC는 주식회사고, 제작사한테는 작품을 잘 만드는 것과 수입을 내는 두 가지 의무가 있어요. 하지만 노래가 안 되고 춤이 안 되는 아이돌 가수를 캐스팅한 적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들(아이돌 가수) 스스로도 알아요. 못하면 본인들이 욕을 먹는다는 걸요.”

우문(愚問)일지 모르나 제작자로 이미 성공한 그가 연기를 쉬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그는 최근에 연극 ‘갈매기’에 출연했고 현재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도 나오고 있다). “저는 배우로 시작했어요. 지금 공연과 관계된 일을 하지만 제 정체성은 역시 배우인 것 같아요. 1년에 한 번 정도는 해야 몸이 편하니까요.”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