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맨 ‘내전’ 악화일로…반정부 하시드 부족-정부군 교전 사망자 속출

입력 2011-06-04 00:42

예멘 내전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반정부 성향의 예멘 최대 세력인 하시드 부족과 정부군 간 교전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상대 진영을 향해 로켓포가 발사됐고 이 와중에 대통령이 부상했다.

AP통신은 수도 사나의 대통령궁에 로켓포탄이 떨어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다쳤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포탄은 대통령궁 내부의 모스크에 떨어졌다. 이 공격으로 대통령 경호원 4명이 숨졌고 예멘 의회 의장과 총리 등 고위 관리 7명이 크게 다쳤다. 대통령 보안을 담당하고 있는 라사드 알 알리미 부총리와 누만 드웨드 사나 시장은 의식불명 상태다. 살레 대통령은 목 부분을 다쳐 대통령궁에서 치료받았다. 예멘 반정부 세력이 운영하는 수하이 TV에선 살레 대통령이 포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했지만 예멘 국영 방송은 즉시 “대통령은 무사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전면전이 본격화된 것은 2일 밤부터다. 정부군은 이날 사나에 모인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발포, 3명이 다쳤다. 정부군은 또 수도 남쪽의 타이즈에서도 시위대에게 총을 쐈다.

특히 예멘 정부군은 하시드 부족을 이끄는 알 아흐마르 일가가 장악한 사나 북부 알 하사바 지역에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곳에는 하시드 부족 지도자인 셰이크 사다크 알 아흐마르의 거처가 있다. 최소 15명이 사망한 가운데 구급차들의 접근이 불가능해 사망자가 더 늘 가능성이 높다.

정부군은 또 사나 남부에 있는 사다크의 동생들 집과 반군편에 선 고위 장성의 집을 향해 포탄을 퍼부었고 이들의 집은 폐허로 변했다. 결국 하시드 부족의 대통령궁 공격은 일종의 보복 공격으로 풀이된다. 하시드 부족이 대통령궁을 향해 공격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격전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위대는 금요기도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 있다. 시위대에 속한 한 젊은이는 군중에게 “살레 정권이 예멘 사람들에게 전쟁을 선포했다”며 “이는 살레 정권이 자살을 택한 것과 같다”고 소리쳤다. 또 시위대는 주변 군중에게 “창문은 열어두고 가스와 수도는 모두 끌 것. 그리고 지하실에서 나오지 말 것”이라고 적힌 안내문도 배포했다.

하지만 도심의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은 가운데 도시를 떠나는 피난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주유소 앞은 탈출 차량에 연료를 채우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예멘에선 지난 1월 중동 민주화 혁명 이후 350명 이상이 사망했다. 특히 최근 열흘 사이에만 135명 이상이 숨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