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 ‘불면의 나날’… 검찰 수사 계속되고 ‘정상화’ 대책은 지연 가능성

입력 2011-06-03 21:48


저축은행들에는 잔인한 6월이다. 검찰 수사는 장기화되고 국회의 국정조사 합의 등으로 저축은행 비리 사태가 확산일로인 데다 연일 정·관계 인사 연루설이 터져 나오면서 업계 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고객들의 시선도 싸늘해지고 하반기 추가 퇴출설까지 나돌아 각자도생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2분기 안에 내놓겠다던 ‘저축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한 종합대책’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벙어리 냉가슴’ 저축은행=서울지역 A저축은행의 경우 이번 주 500억원 이상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대부분 액수를 밝히기 꺼려 하지만 이번 사태 이전 일평균 인출금액 이상의 예금을 인출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정기예금 재가입률도 10%∼20% 포인트씩 떨어지는 추세다.

저축은행들은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이탈 고객을 잡기 위해 예금금리를 올려왔으나 최근엔 이마저도 시들해졌다. 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4월까지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를 연 4.3%에서 4.9%까지 꾸준히 올렸다. 하지만 지난달 6일 예금금리는 연 4.75%로 하락했다. 저축은행 비리 사태 초기만 하더라도 이런 방법이 최선이었으나 영업력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고금리를 유지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고 연일 불거지자 저축은행들은 최근 들어 다시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나섰다. 3일 기준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4.83%로 일주일 새 0.2% 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위권 업체를 포함한 2∼3곳이 하반기에 퇴출된다는 예측과 관련자들의 잇따른 구속, 전직 감독당국 수장 소환까지 이어지자 고객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예금이 빠지니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 코가 석자”…저축은행 수습 방안 ‘뒷전’=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2분기 중 저축은행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서민금융 기반 강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도 청문회만 넘기면 정부가 약속한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검찰 수사가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금융위로 확대되면서 발표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자 실망스럽다는 표정들이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몸을 사리는 이유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경우 2008년 부산저축은행 인수합병(M&A) 특혜 의혹처럼 괜한 오해를 불러올 것을 염려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6월 결산을 앞두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영업환경 악화, 충당금 부담 확대 등으로 고민이 더 많아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대출 회수 및 영업 강화 등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한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멀쩡한 저축은행의 영업도 힘든 상황인데 당국은 검찰 수사에만 촉각을 세운 채 시장 상황이나 관련업무에 손을 놓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