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 밥그릇 챙겨주려 民 무시”
입력 2011-06-03 18:25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가 약사의 반발에 밀려 사실상 무산되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요구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서울을 비롯한 5대 광역시 소비자 500명을 설문조사했다. 71%가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에 찬성했다.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도 안정성이 충분히 입증되고 복약지도가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은 약국 외 판매 방안을 마련하라고 복지부에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가정상비약 시민연대의 조중근 상임공동대표는 3일 “국민이 원하면 주도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게 복지부의 의무”라며 “그러나 약사회 의견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국민 요구는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했다. 국민 불편 해소보다 의약품 안전성 문제를 앞세웠다. 복지부는 슈퍼 판매를 허용하면 국민들이 약을 과잉 복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현재 처방전 당 약품 개수가 선진국의 2배 이상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과잉처방은 의사의 잘못인데도 국민이 약을 좋아한다는 식으로 호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또 약품 관리를 약사에게 일임한 약사법이 문제라면서도 개정안을 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장관 고시로 약국 외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특수장소를 확대하려고 노력했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 손건익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특수장소를 확대하는 건 법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복지부 주장과 다르게 말했다.
복지부가 수용한 대한약사회의 해법도 못미덥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모든 약국이 의무적으로 주 1회는 밤 12시까지, 월 1회는 일요일에 문을 열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지 않는 약국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약사회는 59개 약국을 대상으로 최장 24시간 영업하는 심야응급약국 사업을 시범 실시했지만, 시민단체가 점검한 결과 14% 정도가 일찍 문을 닫는 등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복지부도 시범사업 성과가 저조했다고 평가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제시한 대안이 잘 지켜질 것으로 믿어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복지부가 문제 해결 방안으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통한 의약품 재분류를 제시한 것은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복지부는 국민을 위한 부처가 아니라 약사를 위한 곳임을 자임했다”고 비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