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분위기 아주 좋았다” 이재오는 朴 우회비판 글

입력 2011-06-03 21:44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3일 회동은 2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도 회동 결과에 만족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도 회동을 마친 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의 배웅을 받으며 밝은 표정으로 청와대를 나섰다. 정 수석이 ‘박 전 대표가 브리핑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하자 박 전 대표는 “두 분은 단독 회담에 들어오지 않아 내용도 모르시잖아요”라며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특사단 전체와의 오찬이 1시간25분간 있었고, 이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55분간 따로 만났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21일 1시간35분간 비공개 독대했으며, 2009년 9월 16일 회동에서는 43분간 독대했다. 오찬에서는 박 전 대표의 특사활동 보고와 가벼운 대화들이 주제였다. 점심 메뉴는 한식으로 호박, 김치, 나물 등이 나왔다고 배석했던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이 전했다.

독대 내용은 박 전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직접 브리핑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민생을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눴으나, 한나라당의 7·4 전당대회와 내년 총선 문제 등 민감한 주제가 나왔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당대회는 이해 당사자들이 걸려 있는 문제고, 다른 정치 현안도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관련 있는 상황”이라며 “두 분이 얘기를 했더라도 밝히기는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특사활동 보고 외에 의미는 없다’고 했던 이 특임장관은 이날 오전 박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 장관은 “오늘은 1964년 6월 3일 군이 계엄령을 내려서 학생운동을 탄압한 그날”이라며 “1964년에 일어났던 굴욕적인 한일회담 반대 학생운동으로 군이 대학을 점령하고 위수령을 내리고 드디어 저는 대학 제적과 함께 수배가 되었다”고 썼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자신이 탄압받았다는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이 장관을 비롯한 ‘6·3동지회’ 회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청와대는 “예정된 일정일 뿐 특별한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남도영 유성열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