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메일도 뚫렸다… 美·中 외교적 긴장 고조
입력 2011-06-03 21:45
구글의 지메일뿐만 아니라 미 정부 관리들이 사용하는 개인 메일 대부분이 중국발 해킹의 표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중국의 개입 여부를 밝히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우려된다.
◇“야후메일도 뚫렸다”=미 정부 관리 등의 이메일 계정을 노린 해킹이 지메일뿐만 아니라 야후메일에도 있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핫메일도 공격받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야후, MS 등 수십개 회사가 비슷한 공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후메일은 미국에서만 1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메일 서비스로 각각 5000만명인 지메일, 핫메일보다 이용자가 많다.
미 정부기관 중 일부는 공무원이 개인 계정의 메일을 사용하도록 허락하고 있다. 때문에 해커들은 정부 시스템보다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개인 메일을 노려 침투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공무원들이 개인적으로 지메일 계정을 사용하는 건 제한하지 않고 있지만 공무 수행 때는 관용 이메일을 사용토록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킹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구글의 경우 지메일 계정이 있으면 일정, 문서공유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연동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메일 외에 볼 수 있는 정보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한편 미국 항공기업 보잉사의 국방·우주·보안 사업 분야 데니스 무일렌버그 사장은 이날 “우리도 지속적으로 사이버 공격에 시달려왔다”며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서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중 간 긴장감 고조=FBI가 “중국 해커가 구글 지메일 시스템을 해킹했다”는 구글의 주장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킹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이 해킹 진원지를 중국으로 지목하자 발끈했다. 홍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해킹은 국제적인 문제이며 중국도 피해자 중 하나”라면서 “중국이 연루됐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해킹 사건으로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외교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미국의 의심은 최근 록히드 마틴사 해킹사건 조사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관리와 전문가들은 “조사 중이라 확실치 않다”면서도 범인으로 중국을 의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한 미국 관리는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동양의 한 나라가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2008년 올림픽이 열렸던 나라다”고 중국을 지목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