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일파만파] 부산-금융당국, 삼화-정치권… 로비 루트 달랐다

입력 2011-06-03 21:37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이 퇴출 저지 등을 위해 로비를 벌인 대상은 정·관계 인사다. 그런데 지금까지 검찰 수사를 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가 맡은 삼화저축은행은 정치권 인사에게, 대검 중수부가 수사 중인 부산저축은행은 금융감독 당국과 감사원 등 관계 인사에게 주로 로비를 한 것이 특징이다.

삼화저축은행은 신삼길 명예회장과 브로커 이철수씨를 통해 영향력 있는 정치인과 끈을 맺었다.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잠적한 이씨는 여러 개의 가명을 쓰는 등 베일에 가려진 브로커다. 부산저축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혹은 브로커 윤여성씨 등을 내세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감사원 고위 간부를 관리했다.

삼화저축은행은 정계에 두터운 인맥을 가지고 있는 신 회장과 은행 금고를 사금고처럼 사용한 거물 브로커 이씨를 통해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 회장 자신은 정·관·재계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쌓았고, 이를 기반으로 저축은행 몸집을 불리거나 각종 인허가를 따는 데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3일 신 회장이 2005∼2008년 한나라당 K의원 친동생에게 매달 500만원씩 1억8000여만원을 전달하고, 열린우리당 L 전 의원 보좌관의 지인에게 월 300만원씩 9000여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신 회장이 지인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이들 정치인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K의원은 “동생이 정당한 용역 계약을 맺고 받은 돈”이라고 말했다. L 전 의원은 “후배 한두 명과 엮여서 몇 번 식사는 했지만 금전관계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신 회장 외에 도주 중인 브로커 이씨를 체포해야 로비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정치인들의 돈줄 역할을 하며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씨 체포에 삼화저축은행 정계 로비 수사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청탁을 받는 등 각종 비리에 연루돼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 대부분은 금융계 고위 간부 및 감사원 출신이다.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각종 청탁과 함께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김종창 전 금감원장은 금감원 검사를 저지 혹은 연기시켜 주고 저축은행 유상증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저축은행의 검사 및 정책을 주무르는 관계 고위층으로 로비의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캐나다로 도피한 로비스트 박태규씨 신병이 확보될 경우 부산저축은행 로비 파장이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