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가난 넘은 6쌍에 ‘축복의 웨딩마치’… 무학교회, 무료결혼식 지원
입력 2011-06-03 17:50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을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줄 테니까요.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을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요….”
아파치 인디언의 결혼 축시가 500여명의 하객이 모인 교회에 울려퍼지자 신혼부부들의 표정엔 긴장과 설렘이 묻어났다. 3일 서울 행당동 무학교회에서 열린 ‘사랑과 나눔의 결혼식’은 다문화가정 3쌍과 저소득층가정 3쌍을 위한 것이었다. 이번 결혼식은 부부의 연을 맺은 지 꽤 됐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결혼식을 못했던 이들을 위해 교회와 성동구청이 발벗고 나서서 준비한 것이다.
교회는 지역 자치단체의 요청으로 합동결혼식을 전액 후원했다. 제1회 합동결혼식을 기획한 김희전 안수집사는 “예식부터 의복, 이바지 선물까지 결혼식의 모든 것을 교회 사회부에서 모은 헌금으로 부담했다”며 “1년에 2회쯤 합동결혼식을 정례화해 지역 다문화가정 및 저소득층의 결혼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동결혼식을 통해 웨딩드레스를 처음 입게 된 신부 서호진(53)씨는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참 좋은데, 화장한 내 얼굴과 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니 익숙지 않아 어색하다”며 웃어보였다. 서울 신설동 풍물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신랑 문영호(56)씨는 “사업하다 망하고 해서 자꾸 미루다 보니 식을 올리지 못했다”며 “아는 선배가 추천하기에 나이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합동결혼식을)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경제적 상황으로 결혼을 미룬 사연은 다문화가정 부부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에서 온 신부 팜티찐(39)씨의 신랑 문정훈(43)씨 역시 비용이 부담스러워 결혼을 미뤄왔다. 그는 “그간 부모님께서 결혼을 못 해줬다는 것 때문에 마음의 짐이 있었는데 교회가 알아서 해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 부부가 불신자임에도 웨딩 컨설팅에서 일하시는 교회 분들이 예식 장소, 화장, 의복, 사진까지 세밀하게 챙겨줘서 고맙다”며 재차 감사의 말을 전했다.
곽숭기 목사가 주례사로, 김창근 담임목사가 축복기도로 이들의 앞날을 축하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