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의 ‘별밤’이 펼쳐진다… 6월 4일부터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展
입력 2011-06-03 21:52
“나는 지금 아를의 강변에 앉아 있지. 욱신거리는 오른쪽 귀에서 강물 소리가 들려오네. 별들은 알 수 없는 매혹으로 빛나고 있지만 저 맑음 속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숨기고 있는 건지…. 두 남녀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고 있다네. 이 강변에 앉을 때마다 목 밑까지 출렁이는 별빛의 흐름을 느낀다네. 나를 꿈꾸게 만든 것은 저 별빛이었을까?”
1888년 2월 파리에서의 암울한 생활을 떠나 프랑스 남부 아를로 찾아간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내용 일부다. 고흐는 아를의 밤하늘에 매료돼 걸작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을 남겼고, 이 작품은 1986년 센 강변의 기차역을 개조해 건립된 오르세미술관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됐다. 불멸의 화가 고흐의 이 명작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4일부터 9월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은 고흐를 비롯해 모네, 고갱, 르누아르, 세잔, 밀레, 앵그르 등 19세기 후반∼20세기 초 대표 작가들의 회화 73점과 데생 24점, 사진 37점 등 총 134점의 오르세미술관 소장품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고전주의, 인상주의, 상징주의 등 미술사조와 현실과 환상을 오간 작가들의 꿈을 살펴볼 수 있다.
‘인간’을 테마로 삼아 5가지 소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이를 토대로 신화와 문학, 음악과 역사, 가족과 노동, 인물과 풍경, 고독과 죽음 등의 의미를 개괄할 수 있도록 진열했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와 알렉상드르 카바넬이 신화 속의 비너스를 통해 여체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클로드 모네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은 빛의 효과로 일상의 풍경에 의미를 부여했다.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에드가 드가의 ‘계단을 오르는 발레리나들’, 에바 곤잘레스의 ‘극장 이탈리안의 특석’, 앙리 루소의 ‘전쟁’ 등도 볼 만하다.
기 코르발 오르세미술관장은 “현재 인상주의 전시실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작품 반출이 어려운데 이번 한국 출품작을 보고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 작품들이 왔다”고 말했다. 관람료 어른 1만2000원, 학생 8000원(02-325-1077∼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