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지현] 천개의 선물

입력 2011-06-03 17:47

낡은 바닥에 드리워진 아침 그늘, 푹 떠서 토스트에 수북하게 올려놓은 잼, 꽃집의 생명력 넘치는 이파리 냄새, 미친 듯이 머리칼을 헤집어 놓는 차가운 바람, 우체통 속 우편물, 할머니께 물려받은 아직까지 끄떡없는 압력솥, 하루의 마지막 미풍에 윙윙 돌아가는 풍차, 아기의 혀 짧은 기도 소리….

농부의 아내이자 여섯 아이의 엄마인 미국 작가 앤 보스캠프가 사랑하는 세상의 풍경들이다. 그녀는 아주 어린 시절 여동생의 죽음을, 20대엔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아픔을 경험했다. 이 일로 그녀의 영혼엔 구멍이 뚫렸고, 모든 삶의 기쁨은 그 구멍으로 빠져나가 버리고 말았다. 매 순간 감사하고 기뻐할 만큼 그녀 인생은 빛나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녀의 구멍 뚫린 영혼을 치유하길 원하셨다. 친구 권유로 2004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내가 사랑하는 것 1000가지’를 하나씩 써가면서 그녀는 하나님의 은총을 셀 수 없이 많이 경험했다. 그 이야기를 담은 것이 그녀가 최근 출간한 ‘천개의 선물’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조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인생의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느냐가 인생의 행복을 결정한다는 진리를 발견했다.

절망적인 어린 시절을 보낸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재기할 수 있었던 것도 생부가 가르쳐준 ‘감사일기’ 쓰기였듯이 감사하기 시작하면 삶이 바뀌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감사 리스트를 써 내려가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란 생각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서서히 바뀔 것이다. 이어 신이 우리에게 허락한 삶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선물들을 찾아내면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닫혀져 있던 사람들과 관계가 회복되고 소통할 수 있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의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의 리스트’ 중 톱 10 안에 든 레이디 가가나 오프라 윈프리가 아니어도, 또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수천만명이 “좋아요”를 클릭하지 않더라도 우린 얼마든지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 혹시 온 세상이 감사의 기쁨으로 두근거리는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법은 수천 가지, 아니 그 이상이다. 우린 천개 이상의 선물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이지현 차장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