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회동 후 국민기대에 어긋나지 말아야

입력 2011-06-03 17:53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오찬 회동을 했다. 박 전 대표의 유럽 특사활동 보고를 겸한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물가와 실업 등 민생경제를 주로 논의했고 한나라당 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특히 한나라당에 대해 “정치논리보다는 민생에 초점을 둬야 하고 분열보다는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건의했으며, “그런 선상에서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27 재보선 패배 후 한나라당은 분열로 치닫고 있다. 선거에서 드러난 대로 민심은 정부와 한나라당에 우호적이지 않다. 박 전 대표의 대세론도 위협받게 되었다. 이대로라면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풍전등화(風前燈火)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정권을 재창출하고자 한다면 당의 단합과 당정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실정은 복지 확대, 남북 협력 등 민주당 정책을 따라해야 한다는 소장파의 돌출로 정부 정책과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인식은 한나라당이 소장파의 주장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시사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회동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한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후 박 전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엇박자를 놓았고, 4·27 재보선에 대해서는 “선거는 당이 알아서 치르는 것”이라며 지원을 거절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가 아주 어긋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거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위기국면에서 이뤄진 이번 회동만큼은 진심의 교류가 이루어졌기를 기대한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권력이고 박 전 대표는 미래 권력에 현재로서는 가장 가까이 있다. 국민들 대다수는 두 지도자가 정치논리를 버리고 바람직한 협력 관계를 이루기를 기대한다. 내년 대선까지 한나라당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진심으로 협력하지 않고는 정권 재창출은커녕 자칫하면 분열도 배제할 수 없는 게 한나라당 실정이다. 회동 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행보가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