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 인권국이 ‘행복지수 세계 2위’라고?
입력 2011-06-03 17:46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국제 인권감시단체들에 의해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지목된 북한이 자체 조사한 ‘행복한 국가’ 리스트에서 행복지수 100점 만점을 받은 중국에 이어 98점으로 2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사실과는 무관한 북한의 선전술(propaganda)이야 정평이 나 있지만 만에 하나 북한 주민들이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노예의 행복’일 뿐이다. 실소(失笑)에 앞서 가혹한 억압과 민생고에 더해 기만까지 당하며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에게 연민을 금할 수 없다.
프리덤하우스는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를 기준으로 인권탄압 정도를 측정한 결과 40년 연속 두 부문 모두에서 최저점을 기록한 북한이 ‘최악 중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꼽혔다고 밝혔다. ‘2300만명 가까운 주민들은 사실상 노예상태’라는 평가다. 휴먼 라이츠 워치도 2일 북한을 ‘최악의 인권학대 정권의 하나’라고 규정했다. ‘조직화된 야당, 자유언론, 시민사회, 종교 자유 등이 허용되지 않는 반면 반대세력의 원천 차단을 위해 임의 체포, 감금, 고문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중앙TV는 1일 자체 집계한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2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연전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방글라데시 국민의 행복지수가 세계 1위라는 국제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듯 행복감은 빈부 등과는 상관없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더 이상 나아지기 힘든 높은 질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이 방송의 주장은 어이가 없다. 많은 주민이 아사(餓死)할 지경이라며 국제사회에 전방위 식량구걸을 하고 있는 행태와도 모순되는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북한에 ‘구제 불능’이라는 절망감마저 든다.
그렇다고 북한 주민의 참상을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다. 북한 정권에 대한 인권 개선 촉구가 아무리 마이동풍이라 해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북한인권법 제정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민주당과 친북·종북 세력이 북한을 자극한다며 반대하고 있으나 이는 북한 정권의 인권탄압에 동조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