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서울 불광동 은광교회] 전 성도가 1년 내내 ‘아나바다’ 실천

입력 2011-06-03 17:31


“환경보호 활동은 교회의 부업이 아니라 본업입니다. 교회는 본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곳이니까요.”

서울 불광동 은광교회를 찾았을 때, 1층 출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 교회의 주된 관심이 ‘환경’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1층 갤러리에는 ‘신재생에너지와 환경’이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풍력 태양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왜 필요한지, 원자력 화력 발전을 왜 줄여가야 하는지를 알기 쉽게 그림과 도표로 설명해 놓았다. 한켠엔 자전거 발전기와 태양열 조리기가 설치돼 누구나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은광교회는 지난달 25일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 의해 ‘2011 녹색교회’에 선정됐다. 이 교회가 펼치고 있는 환경 관련 활동은 다 헤아리기 어렵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은평구청과 연계해 진행하는 불광천 보리밭 가꾸기다. 교인 한 명이 불광천 주변 한 지역을 맡아 청소하는 ‘그린 오너’ 활동도 펼쳐오고 있다.

생활 속 에너지 절약 캠페인은 1년 내내 진행된다. 절전형 가전제품 사용, 스위치 끄기 생활화,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 운동을 통한 안 입는 옷 기증, 분리수거 등을 교인들이 각 가정에서 충실히 실천할 수 있도록 교회는 계속해서 격려하고 자극을 준다. 주일예배 후 점심식사 때 반찬을 남기면 1000원의 벌금을 내도록 한 것은 다른 교회들도 쉽게 벤치마킹할 수 있는 내용이다.

교회가 이런 활동들을 비중 있게, 꾸준히 진행할 수 있는 것은 2004년부터 ‘생명 살리기’ 부서가 상설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서는 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 교육에도 열심이다. 교회의 활동들이 일방적 ‘계도’에 머물지 않고, 교인들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활성화시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교재를 사용하는 환경 통신강좌는 환경보호 운동에 기독교인들이 나서야 하는 성서적 근거, 환경에 관한 정보와 실천 방안들을 다룬다. 얼마 전에는 교인들이 단체로 친환경 주방세제(EM효소)연구소를 견학하고 오기도 했다.

50년 된 지역교회가 이처럼 환경보호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담임 이동준(65) 목사의 영향이 크다. “30년 전 부임해 왔을 때 우리 교회는 이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어요. 저는 ‘이 교회가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를 고민하다가 ‘사회가 못하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환경을 위해 작은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자고 요청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일이지요.”

이 목사는 이 교회에 오기 전에도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교회 인근 지역 환경미화에 나서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설교도 꾸준히 해 왔다. 이 교회에 온 뒤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에 나섰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강대상의 ‘꽃꽂이’를 ‘화분’으로 교체한 것이다.

“저는 늘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강대상은 ‘생명’에 관해 말하는 곳인데 왜 그 위에 하필 줄기를 잘라서 생명을 끊어버린 꽃을 놓아야 하는지에 대해서요.”

이 목사는 환경보호는 이렇듯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교회의 텃밭에서 잡초를 뽑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물의 생육을 위해 잡초를 뽑는 것이 당연하지만 교회라면 크든 작든, 쓰임새가 많건 적건 모든 생명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철학을 잡초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은광교회의 활동이 환경 분야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지역을 위한 문화 사역도 활발하다. 교회가 올바른 문화를 제시하는 것도 자연을 가꾸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생명을 위한 일이라는 소신 때문이다. 은광문화센터를 통해 음악 및 생활 강좌들을 운영하고, 때때로 클래식 음악 공연회를 개최하며, 5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과 갤러리, 주차장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이 목사는 “이 같은 섬김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면서 교인 수가 꾸준히 늘어 2000여명이 출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 교회를 건축한다면 본당은 줄이고, 체육시설이나 문화시설을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교인들에게 ‘우리가 섬기자, 예수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자’고 강조합니다.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조건 없이 섬기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우리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