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5600m 고산지대 볼리비아 여성 광부들의 삶… 다큐멘터리 영화 ‘초롤케의 딸’

입력 2011-06-03 17:33


남미 최빈국 볼리비아에 있는 해발 5600미터의 초롤케 마을. 이 험준한 고산지대에는 자신에게 닥친 가혹한 운명과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여성들이 산다. 다큐멘터리 영화 ‘초롤케의 딸’은 주석 광산의 막장에서 일하는 여성 광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파스쿠알라(56)는 초롤케 최초의 여성 광부다. 1990년 갖은 고난을 이겨내고 마침내 광산 안으로 들어가 채굴작업에 참여해도 된다는 허가를 얻었다. 애초 여성들은 광산 입구 밖에서 돌을 깨는 작업만 할 수 있었다.

파스쿠알라는 글을 읽지 못했지만 두려움을 몰랐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남편이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미혼모인 딸 마리아를 위해 이를 악물어야 했다. 막장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집회에 참석했고 초롤케 광산 협동조합인 ‘꼬뻬라티바’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결국 차별을 딛고 광산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막장에서 그녀는 변변한 장갑도 없이 낡은 삽 한 자루를 들고 십여년을 일했다. 남성들의 평균 수명이 40대 중반에 불과한 그곳에서 그녀는 아직 10대인 딸을 위해 광산에 들어가야 할 운명이다. 마리아는 “엄마가 걱정돼요. 항상 올해까지만 광산에 들어가겠다고 하시죠. ‘이번이 마지막이야, 마지막이야’라고 매번 말씀하시지만 마지막은 결코 오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영화는 초롤케 광산촌 여성들의 삶을 관조하듯 담는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하는 대신 삼각대를 사용해 안정된 앵글과 깊은 구도감을 추구한다.

영화를 연출한 박미선 감독은 “막장에서 카메라 앵글을 응시하는 초롤케 여성 광부의 사진에 영감을 받은 뒤 무작정 볼리비아로 떠나 찍은 작품”이라며 “가혹한 자연 환경에서 남편이나 아버지 없이 살면서도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초롤케 여성들의 숭고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롤케의 딸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10편의 우리 독립영화를 모아 전국을 순회하며 상영하는 ‘2011 감독열전’을 통해 볼 수 있다.

지난 3월 서울 미로스페이스에서 출발한 감독열전은 부산과 대전, 대구에 이어 오는 5일까지 인천 영화공간주안에서 열리고 지난 1일부터는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도 상영을 시작했다.

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