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패션디자이너 첫 개인전… “꿈에는 나이가 없지요”

입력 2011-06-03 17:38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볼까 하다가도 “이제 정리할 나이인데…” 싶어 가슴만 쓸어내리고, 멋있는 옷을 입어볼까 하다가도 “에잇 이 나이에 무슨…” 하며 침만 꼴깍 삼키고. 이런 사람들이라면 서울 삼청동 카페 H 웍스(Works)에 가보자. 이곳에선 ‘장신구의 진화’를 주제로 12일까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작가는 60세가 넘어 패션디자이너로 데뷔한 김훈정(66)씨. 자신이 디자인한 옷에 직접 만든 장신구를 하고 있는 멋진 그를 만나 보라.

2009년 예순넷에 살던 집을 개조해 카페 H 웍스를 오픈하고 그곳에서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판매하면서 패션디자이너로 발을 내디딘 그는 “옷에 어울리는 장신구가 없어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장신구에선 금 은 진주 다이아몬드 루비 등 귀금속은 찾아볼 수 없다. 지퍼 가죽 자개 아크릴 등 이제껏 장신구에선 보기 힘들었던 소재로 만든, 조형미가 강한 작품 500여점이 소개되고 있다.

“틀에 박힌 소재와 선입견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와 창의적인 조형을 도입한다면 장신구도 예술적인 미디어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귀금속 소재의 장신구는 제작, 경제, 착용의 한계가 있어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는 그는 장신구를 ‘예술적 조형물’로 정의했다. 그의 장신구들은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2∼3개 만들기도 하지만 모두 손으로 하다보니 크기와 색상이 조금씩 다르게 마련.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운 얼굴과는 달리 농사꾼의 그것마냥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손을 그는 자랑스레 내보인다. 그가 디자인한 옷은 그의 장신구만큼이나 독특하다. 입을 수 있는 전위적 디자인(웨어러블 아방가르드)을 추구한다는 그의 옷은 겉보기는 난해하지만 입으면 너무 멋스럽고 편해 마니아들이 생겼다.

김씨는 불문과 출신으로 디자인과 관련된 교육을 전혀 받은 적이 없다. 평소 그의 뛰어난 눈썰미에 반한 주변인들에게 공짜 컨설팅을 해왔던 그는 옷 디자인하고, 장신구 만드는 것보다 값 매기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모두 놀라죠.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DNA 덕분인 것 같아요.”

그의 아버지는 시조 글씨 그림 전각 등에 뛰어나 토털 아티스트로 불렸던 고 김상옥 시인이다. ‘물리적 나이’가 많아 체력이 딸리는 것이 아쉽다는 그는 “이곳에 와서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았다’며 기뻐하는 이들을 보는 것이 즐거워 무리를 하게 된다”고 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