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각 불신임안 부결… 간 총리 “재해복구 전망 보이면 사임” 약속으로 위기모면
입력 2011-06-03 00:45
야당의 내각 불신임 결의안 제출로 위기에 몰렸던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간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한 끝에 불신임안 가결을 막아낸 데다 야당이 다시 총리 문책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혀 총리직 수행에 험로가 예고됐다.
하토야마가 마음을 바꿨다=일본 중의원(하원)은 2일 오후 본회의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일어나라 일본당이 함께 제출한 간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찬성 152표, 반대 293표(유효표 445표)로 부결했다. 전체 478명 중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 등 33명은 기권했다. 이날 불신임안이 부결된 것은 야당에 동조할 예정이었던 오자와 전 간사장 그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그룹이 마음을 바꿔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간 총리는 중의원 본회의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 총회에서 “재해와 원전 사고 복구에 어느 정도 전망이 보이는 단계에서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며 총리직 사임 의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오자와 전 간사장과 가까운 하토야마 전 총리를 미리 만나 모종의 합의를 했다. 그는 민주당을 깨지 않고, 자민당에 정권을 내주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본 대지진의 부흥기본법안과 2차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을 추진한다는 조건으로 당내 반란 움직임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오자와 그룹의 양보를 받아낸 만큼 앞으로 당 운영에 상당부분 오자와 그룹을 배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중의원 표결을 앞두고 70여명을 모으면서 당내 최대 계파의 힘을 과시했다.
계속될 정국 불안=한편 간 총리가 밝힌 ‘재해와 원전 사고 복구에 어느 정도 전망이 보이는 단계’를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간사장은 2일 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직후 취재진에게 “간 총리와 하토야마 전 총리의 합의문서는 ‘이걸 끝내면 물러난다’는 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흥기본법안과 2차 추경예산안을 짜고 나면 물러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지만, 간 총리 측 주요 인사가 나서서 이 같은 해석을 부인한 것이다. 언제 물러나겠다는 얘기가 없으니 결국 물러나기 싫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오카다 간사장의 발언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비난하며 “6월 말에는 (수습) 전망이 서지 않겠느냐”고 간 총리의 조기 사임을 촉구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는 간 총리의 사임 약속에 대해 “속이 빤히 보이는 쇼”라며 참의원(상원)에 간 총리 문책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