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통신요금제 도입 선택 폭 넓혀… “최선의 결정” “미흡” 반응 엇갈려

입력 2011-06-02 21:22


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발표한 통신요금 인하방안에 대해 기본료 인하 등으로 국민들이 실질적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1인당 연간 2만8000원의 요금절감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어떤 내용 담겼나=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는 국민 대다수가 요금인하 혜택을 누리려면 기본료와 가입비, 문자메시지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요금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인하를 유도하고, KT와 LG유플러스가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9월부터 모든 가입자의 기본료를 요금제 상관없이 1000원 내리고, 문자메시지를 50건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7월 중엔 음성과 데이터양을 조절·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요금제를 출시한다. 기존 스마트폰 요금제는 음성, 문자, 데이터양이 미리 정해져 있어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통신사 간 담합 의혹도 제기됐다.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한 전용 요금제와 선불요금제 활성화 방안이 7월 마련된다.

단말기 유통구조도 바뀔 전망이다.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도 제조사 매장이나 유통업체에서 휴대전화를 사 유심(USIM)카드를 꽂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단말기 유통 및 판매 경쟁을 통해 이용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로 현재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이다. 방통위는 또 ‘요금 할인’을 ‘단말기 할인’으로 포장해 단말기를 공짜로 주는 것처럼 호도하는 일이 없도록 단말기 출고가와 보조금, 요금할인 등 주요 항목을 서면으로 알리는 절차를 만들기로 했다.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도 담겼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2002년 이후 신규 사업자 진입이 없는 3사 과점체제다. 2006∼2010년 이통3사의 가입자 점유율을 보면 SK텔레콤 50.4∼50.6%, KT 31.3∼32.1%, LG유플러스 17.4∼18.1%로 변동이 거의 없다. 이동전화 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 요금보다는 타사 가입자 유치, 자사 가입자 유지를 위한 마케팅 위주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3사의 이동통신 부문 마케팅비는 총 6조5000억원으로 유·무선 투자비(6조4000억원) 대비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통위는 7월 중 이동통신재판매 사업자(MVNO)가 등장하고 신규 기간통신사업자가 진입하면 경쟁이 촉진돼 자연스럽게 요금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이통사 가입자가 MVNO로 번호를 이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이 밖에 통신비의 개념을 ‘종합 문화 서비스 플랫폼 이용비’로 재정립하고 이동전화의 데이터 이용료를 ‘인터넷’ 항목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통신요금 정보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통신요금 종합정보 제공 사이트’도 12월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통신요금 인하로 물가가 0.2% 포인트, 연간 기준(9월부터 4개월 적용)으로는 0.07% 포인트 인하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시민단체·소비자 “기대 못 미쳐”=방통위는 당초 지난달 23일 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의 당정협의가 무산된 이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연기했고 결국 약속했던 5월을 넘겼다. 방통위는 인하 방안을 발표하면서 “미흡한 부분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국민에게 제시할 만한 수준은 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황철증 통신정책국장은 “단순히 월 기본료 1000원 인하보다는 4인 가족으로 연간 10만원 이상이 절감된다는 점을 평가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측은 “연간 748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다. 회사원 김윤미(32)씨는 “현재도 선택형 요금제가 있지만 데이터 무제한 옵션이 없고 각종 할인 혜택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용하지 않는다”며 “이 부분에 대한 대안 없이 선택형 요금제를 도입한다고 하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안진걸 팀장은 “기본요금 최소화, 문자 무료화 또는 대폭 인하, 스마트폰 정액 요금제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국민들의 바람이었다”면서 “방통위는 이 같은 요구를 외면하고 통신사 입장만 반영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비판했다. 안 팀장은 “스마트폰 대중화로 월 통신요금이 4만∼5만원인 상황에서 1000원으로 인하 효과를 체감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인하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양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발표한 항목을 포함해 다양한 인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권지혜 김수현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