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애널리스트 정년퇴임 1호’ 최용구씨의 소회
입력 2011-06-02 18:50
“공장에 가서 굴뚝이 몇 개가 있는지, 그중 연기가 나는 굴뚝은 몇 개인지 세어 보라는 겁니다. 기업을 잘 분석하려면 직접 현장에 가야 한다는 것이 제가 배운 첫 가르침이었어요.”
2일 서울 여의도동 대우증권빌딩에서 만난 국내 최고령 애널리스트 최용구(54·사진) 대우증권 전문위원은 28년간의 애널리스트 생활을 ‘현장’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식품과 가전제품, 채권시장에 대해 83년부터 보고서를 써온 그는 다음달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최 위원은 “앉아서 쓴 보고서와 발로 뛰어 쓴 보고서는 차이가 크다”며 “후배들에게도 작은 현장부터 잘 들여다봐야 기업의 성쇠와 큰 경제 흐름이 보인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직이 잦은 직종인데도 30년 가까이 현역 애널리스트로 활약한 신념을 묻자 그는 “된장도 오래 묵어야 맛이 좋지 않느냐”며 웃었다. 최 위원이 입사할 당시 조사부(현 리서치센터) 직원들은 컴퓨터 대신 계산기로 기업을 분석했고, 전광판 대신 커다란 칠판에 분필로 시황을 적었다. 주식 동향을 알려면 모눈종이에 연필로 그래프를 그려야 했다. 최 위원은 “요즘엔 앉아서도 많은 정보를 쉽게 얻지만, 예전처럼 직접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 자료를 만들며 몸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체험을 중요시하는 그는 93년 출시된 ‘하이트 맥주’의 ‘대박’을 예견하기도 했다. 맥주 제조회사가 유통망까지 거느리던 관행이 사라졌고 맥주가 접대용에서 가정용으로 변한 환경적 요인도 중요했지만, 최 위원이 가장 믿었던 것은 본인의 감각이었다. 최 위원은 “부드러운 맛에 확신을 갖게 됐고, 그래서 매수를 추천하는 보고서를 썼더니 주가가 많이 오르더라”며 웃었다.
최 위원은 요즘 후배들에게 물려줄 기업분석 노하우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정년퇴임 뒤에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경제 교육을 하는 것으로 새로운 현장을 찾을 생각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