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뒤바뀐 천적에 수난의 마운드… “울고 싶어라”
입력 2011-06-02 18:41
“너는 영원한 나의 밥 !!!” 그러나 이것도 옛말이 됐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프로야구에서 특정 투수와 팀 사이의 천적 관계가 뒤바뀌는 것은 다반사다. 특히 올 시즌 각 팀은 사활을 걸고 4강에 들기위해 혼신의 지략을 짜내기 때문에 영원한 천적관계는 서서히 사라지는 추세다.
KIA의 왼손 에이스 양현종(23)은 지난 시즌까지 ‘LG 천적’이었다. 2007년 데뷔한 이래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LG와의 대결에서 패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풀타임 선발로 나선 2009년과 지난해 아홉 차례 LG전에 선발 등판해 무려 6승을 거뒀고, 평균자책점도 2.29로 낮아 그야말로 LG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정반대다. 4월24일 잠실에서 LG를 상대로 첫 선발승을 거둬 천적의 면모를 이어가는 듯했지만, 이후 두 번의 등판에서 연속으로 뭇매를 맞으며 강판됐다.
지난달 19일에는 4¼이닝 동안 6점이나 내주며 무너졌고 지난달 31일에는 홈런 두 방을 허용하는 등 3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4실점 한 뒤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양현종이 올 시즌 유일하게 패배한 2경기 모두 LG전이었다. 평균자책점도 8.53에 달해 이제는 아예 천적 관계가 역전됐다. 그야말로 “아 옛날이여!!”를 불러야할 신세다.
괴물 류현진(24·한화)도 그동안 ‘밥’이었던 롯데와 LG에 호되게 당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와의 경기에 5차례 출장해 4승 무패와 평균자책점 1.82를 남겼던 류현진은 올해는 개막전 집중타를 맞아 5회도 버티지 못한 채 무너졌다. 올해 롯데전 성적은 두 차례 등판해 1승1패에 평균자책점이 무려 5.11이다. 류현진이 지난해 3승을 거둔 LG도 올해는 한 차례 맞붙어 홈런 2개 등 7점이나 뽑아내며 더이상 먹잇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LG는 지난해에는 류현진에게서 한 번도 3점 이상을 얻어낸 적이 없을 만큼 약했다.
대신 KIA는 류현진을 만나면 약해졌다. 2010년 류현진이 거둔 4패 중 절반인 2패를 안겼던 KIA는 지난달 20일 올해 첫 무실점 승리를 류현진에 선물했다.
롯데 장원준도 LG 킬러라는 명성에 금이 갔다. 지난해 LG와 세 차례 맞붙어 모두 이기고 평균자책점 0.90의 높은 마운드를 자랑했지만 올해는 두 번의 등판에서 모두 4점씩을 내주고 승리 없이 1패만 쌓았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