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聯 불법베팅 2010년에 알아… 대책회의까지 갖고도 쉬쉬
입력 2011-06-02 18:33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해 이미 소문으로 나돌던 선수들의 스포츠토토 불법 베팅 사실을 확인하고 대책회의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맹은 지난해 10월 초 프로축구 K리그 구단 대표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연맹 고위 관계자는 2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모 구단 사장이 ‘우리 선수 몇 명이 스포츠토토에 불법 베팅하고 있는 것이 적발됐다. 다른 구단도 알아보라’고 말해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에는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했다”며 “다만 선수들이 스포츠토토에 베팅한다는 사실만 인식해 이 문제를 이사회에서 처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연맹은 선수들의 불법 베팅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자 스포츠토토와 함께 지난해 말과 올 초 두 차례에 걸쳐 K리그 16개 전 구단을 돌며 교육을 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연맹과 각 구단들이 당시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면 지금의 승부조작 파문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선수가 불법 베팅에 직접 참여한 사실은 2일 처음 공개됐다. K리그 명문 구단인 포항 스틸러스는 자체 조사를 벌여 불법 베팅에 참여한 미드필더 김정겸(35·사진) 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 선수는 구속된 대전 시티즌의 김모(27) 선수로부터 4월 6일 열린 러시앤캐시컵 대전-포항전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뒤 본인의 돈으로 제삼자를 통해 해당 경기의 스포츠토토 베팅에 1000만원을 걸어 2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선수가 스포츠토토에 베팅하는 것은 국민체육진흥법에 금지돼 있어 김 선수는 형사처벌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김준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