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민주화운동 22주년] 홍콩 시민단체, 수만명 참석 촛불집회 계획

입력 2011-06-02 18:30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거센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천안문(天安門) 사건 22주년을 맞이했다. 희생자 유족에게 있어 당시 정부가 저지른 만행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중국 군대의 총과 탱크에 희생된 젊은이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유가족 단체인 천안문 어머니회는 지난달 31일 인터넷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희생자 어머니 127명의 이름으로 밝힌 이 서한에서 어머니회는 정부 당국에 진상 공개와 법적 보상, 책임 규명을 거듭 요구했다. 이들은 4일 별도 모임을 갖고 희생자들을 추모할 계획이다.

이들 외에도 산둥(山東)성 지난(濟南)과 구이저우(貴州)에서 각각 인권운동가 10여명이 천안문 사건 22주년 기념 간담회 등을 개최하다가 공안당국에 제지당했다고 인권단체들이 2일 밝혔다.

홍콩과 대만에서는 비교적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국 민주화 촉진을 위한 ‘화인민주서원(華人民主書院)’은 지난달 30일 대만에서 창설돼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회원은 중국과 홍콩 및 대만의 학자, 정치인, 사회 운동가들로 조직됐다. 이사회 초대 주석은 천안문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 지도자이자 하버드대 역사학 박사인 왕단(王丹) 대만 국립성공(成功)대학 객좌교수가, 초대 원장은 홍콩 시티대학 정치학 교수인 정위숴(鄭宇碩) 홍콩 공민당(公民黨) 전 비서장이 각각 맡았다.

홍콩 시민단체인 애국민주운동연합회는 천안문 민주화운동 22주기를 맞아 수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연합회는 지난달 28일 높이 3m의 ‘민주주의 여신상’을 쇼핑몰 밀집지역에 건립했다. 하얀색 이 여신 조각상은 1989년 천안문광장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들이 광장에 세웠던 여신상을 본떠 만든 것이다. 이어 29일 천안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거리시위도 벌였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