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일파만파] 김종창, 아시아신탁 살리려 부산저축銀 구명 나섰나
입력 2011-06-02 21:28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쏟아지는 의혹에도 침묵으로 일관해 온 이유가 차츰 밝혀지고 있다. 금감원장 취임 이후에도 부인이 취득한 아시아신탁 주식 4만주(4억원어치)를 팔지 않고 명의신탁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김 전 원장이 아시아신탁을 ‘연결고리’로 부산저축은행 구명에 나섰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게 됐다.
◇‘아시아신탁=김종창 회사’?=김 전 원장은 부동산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에서 2007년 7월부터 금감원장 취임 직전인 2008년 3월까지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를 맡았다고 했다. 하지만 주식 소유권을 놔둔 채 대학 동기 박모씨에게 이름만 빌려줬다는 의혹이 일면서 업계에 나돌고 있는 ‘아시아신탁=김종창 회사’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게다가 주식을 이전받은 박씨가 김 전 원장의 사외이사직 사퇴 이후 3개월여 만에 그 자리에 선임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이런 의혹은 짙어지고 있다.
아시아신탁이 2009년 이전에 설립된 9개 신탁회사 중 유일하게 금감원 검사를 받지 않은 부분도 당시 금감원장으로서 김 전 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에도 개입했나=아시아신탁은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위기설이 시장 안팎에 떠돌던 상황에서 자본금 100억원 가운데 대부분인 90억원(주당 2만5860원)을 유상증자에 투자하는 무리수를 뒀다. 부산저축은행은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영업정지를 당할 수도 있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전 원장이 구속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 구명 청탁을 받아 실제로 증자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명의신탁과 사외이사 대물림을 통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김 전 원장이 힘을 발휘했을 것이란 의혹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김 전 원장과 부산저축은행의 연결고리는 아시아신탁과 관계사인 아시아자산운용과의 지분 구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시아신탁은 2009년 4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은 아시아자산운용에 9.9%의 지분을 투자했다. 또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은 아시아자산운용의 지분 4.95%(5만주)씩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삼자 간 물리고 물린 지분보유를 통해 공생관계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아시아신탁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9월(주당 2만6650원)과 12월(주당 2만7430원) 47억원을 곧바로 처분했는데, 이 부분 역시 김 전 원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주식 매각을 부산저축은행이 알선했다는 부분도 양자 간의 친밀도를 뒷받침한다. ‘주식의 절반은 올해 안에 매각하되, 부산저축은행이 되사거나 부산저축은행이 다른 매각 대상을 지정한다’는 옵션 계약에 따른 것이었다. 또 증자 가격보다 비싼 값에 주식이 팔렸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 역시도 옵션에 들어가 있었다.
또 나머지 투자금 43억원은 전액 손실처리했다고 아시아신탁이 밝힌 부분도 석연치 않다.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기 직전 수십억원어치 뭉칫돈이 아시아신탁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원장을 도와 아시아신탁의 주요 임원 자리에 포진돼 있는 주요 권력기관 출신들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대표이사는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1급)을 지낸 이영회 회장이, 감사위원과 사이외사는 금감원 직원 출신 강성범씨, 감사원 감사위원이던 김종신씨가 맡았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