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일파만파] 檢 수사, 금융위 ‘선심성 정책’ 겨눈다
입력 2011-06-02 18:28
검찰이 2일 금융위원회 출신인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피의자로 조사한 것은 금융위의 저축은행 관련 정책 결정에 ‘부정’이 개입됐다는 정황을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최근 몇 년간 저축은행 건전성 제고 등을 명목으로 ‘친(親) 저축은행’ 방안을 여럿 내놨다.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역시 금융위 당연직 위원이었다.
◇저축은행 M&A에 특혜 있었나=검찰은 그간 금융위보다 저축은행을 직접 관리·감독하는 금감원 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금융위가 각종 저축은행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금융위가 2008년 9월 26일 관련 규정을 개정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저축은행에게 기존 영업구역 외에 지점 5곳(120억원당 1곳)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바로 그 달 고려저축은행(현 전주저축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대전저축은행과는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때마침 금융위가 규정을 변경하면서 부산저축은행은 지점 8곳을 새로 설치할 자격을 얻었다. 금융위는 같은 해 11월 7일 이들의 M&A를 승인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저축은행을 400만원에, 고려저축은행을 20억원에 산 것이 알려지면서 헐값 매각 의혹이 일었다.
◇계속된 선심성 정책=금융위는 2008년 10월 23일 개별 기업에 대한 저축은행의 거액 신용공여 한도를 최대 2배까지 늘리는 내용의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저축은행에 펀드판매업·신탁업 겸영, M&A 중개를 허용했다. 기존 ‘상호저축은행’에서 ‘상호’를 빼고 ‘저축은행’이란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7월 21일에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문턱을 낮추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심각한 부실을 타개하려고 중앙부산·전주저축은행을 매물로 내놓았다. 같은 해 11월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금융위에 중앙부산저축은행 인수 승인 신청을 냈다. 앞서 금융위는 2006년 8월 ‘8·8클럽’(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 8% 이하) 제도를 도입, 저축은행이 기업 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김 원장 등에 대한 검찰 조사도 이런 금융위의 정책이 부산저축은행 등 특정 업체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파헤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지호일 노석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