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재정, 취임사로 본 경제정책 “욕을 먹더라도 균형재정 달성할 것”
입력 2011-06-02 18:22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최정예 전사처럼 테레모필레 협곡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 지금 당장 편한 길보다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는 가시밭길을 떳떳하게 선택하자.”
2일 현 정부 3기 경제수장을 맡은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일성이다. 박 장관은 이날 취임식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픔이 있더라도, 욕을 먹더라도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동 목초지의 비극’(공동 목초지에 각자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더 많은 양을 풀게 되면 양들이 풀을 다 뜯어먹어 결국 목초지 자체가 황폐화된다는 이론)을 막기 위해 “나라 곳간의 파수꾼 노릇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지표경제보다 체감경제에 중점을 두고 경제 회복의 온기가 서민들에게 골고루 전달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성장의 과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 경제체질 강화, 부문별 격차 해소, 미래성장력 확충과 성장잠재력 제고 등 네 가지 과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우선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고리가 복원되도록 세제·금융·예산·조달 등의 제도를 고용유인형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또 경제체질을 튼튼히 하기 위해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가계부채 등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이 연착륙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장관은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선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고위험 고수익에 탐닉한 데다 그동안 부실이 나타났을 때 인수·합병(M&A)에 의존했고, 규제를 완화해주면서 그에 따른 감독 소홀, 검사 비리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실자산 규모나 부채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금융위원회 등과 사태가 수습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와 관련해선 “학부모 부담 완화와 대학 경쟁력 강화, 대학 자구노력 극대화,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설계 등 네 가지 목적 함수를 30년 시계에 최적화해야 하는 과제”라며 “당정과 관련부처가 고민해서 창의적이며 최적의 실근(實根)을 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임 윤증현 장관에 대해선 “모든 점에서 만점이었다”며 “통상 노래를 부를 때 앞사람이 잘 부르면 뒷사람이 부담이 오는데 같은 심정으로 생각해 달라”고 했다. 일벌레로 유명한 박 장관은 야전침대를 과천청사에 갖다놓을 것이냐는 질문에 “청와대를 나오면서 없애버렸다. 야전침대는 참모 때 쓰는 거다. 장관은 필요 없다”고 했다. 재정부 직원들에게는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장안의 화제”라며 “최고 수준의 가수들이 영혼을 불어넣어 소름 돋는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도 더 낮은 자세, 열린 마음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온 몸을 던지자”고 당부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