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과 비밀접촉 공개이후] 玄장관 “접촉 사실이지만 정상회담 목적 아니었다”
입력 2011-06-02 21:17
2일 열린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전날 북한이 폭로한 남북 정상회담 비밀접촉의 진위를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의혹제기가 계속되자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비공개 접촉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정부의 대북 기조 변화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비밀접촉을 공개한 것은 이명박 정부와 대화를 접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며 “정부가 진정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근본적인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유정 의원은 현 장관에게 남측이 정상회담을 요구했는지, 실제 북측에 돈 봉투를 건넸는지 등을 따진 뒤 “국민은 진실을 원한다.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혀 달라”고 압박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북한 폭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과 정부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조해진 의원은 “북한 폭로에 청와대나 통일부가 당당하고 강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우리 정부가 북한에 뭔가 약점이 잡힌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게 했다”고 현 장관을 질책했다. 김성조 의원도 “김황식 국무총리는 (정부가 돈을 주고 북측에 정상회담을 구걸했다는 북측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많은 국민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믿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현 장관은 “천안함·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분명한 시인·사과·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 이번 접촉의 핵심 내용”이라며 “북측에 정상회담을 공식 제의하거나, 돈 봉투를 건넸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현 장관은 “이렇게 (비공개 접촉이) 변질되는 것은 결코 남북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북한이 이런 식의 폭로성 반응을 보인 것은 사실상 남북관계의 기본을 해치는 것으로,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북한을 탓했다. 그러나 남북 비밀접촉의 내용을 보자는 야당 측 요구에 “녹취록은 없다”고 밝혔다. 현 장관은 또 북한의 폭로로 향후 남북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정부는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준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의장 밖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MB정권은 지금까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 ‘기다림도 전략이다’라고 공언했는데 뒤로는 정상회담 구걸외교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국민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속이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북한의 왜곡된 선전은 남북 간 신뢰를 허무는 것”이라며 “북한을 돕고 남북 경색을 풀기 위한 실무자 접촉을 정상회담을 구걸한 것처럼 왜곡해 참으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