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고엽제 파문] 전국서 미군 환경오염 제보 쏟아지는데… 불평등 SOFA가 ‘주범’
입력 2011-06-02 21:26
전국이 미군기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북 칠곡 캠프 캐럴 미군기지 고엽제 매몰 의혹이 폭로된 뒤 이틀이 멀다하고 전국에서 미군 환경오염 사례 제보가 쇄도하고 있다. 이미 벌어졌던 미군 환경오염 사례와 이번에 쏟아진 제보를 모으면 남한 지도가 빽빽이 채워질 정도다.
◇최악의 오염 사례=캠프 캐럴 고엽제 매몰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 미군에 의한 최악의 환경오염 사례는 한강 포르말린 무단 방류다. 2000년 2월 서울 용산 미군기지 영안실에서 앨버트 맥팔랜드 부소장은 군무원을 시켜 시체 방부처리용 포르말린 470병을 싱크대에 버렸다.
최근 불거진 인천 캠프 마켓은 강력한 발암 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근 경기도 부천의 캠프 머서는 세척제 등에 함유된 발암 성분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돼 민·관·군 공동조사단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캠프 페이지에선 핵 누출 사고와 고엽제 사용에 대한 의혹이 동시에 제기됐다. 부산의 캠프 하얄리아는 반환된 부지에서 폐석면이 검출됐다.
2일 미군에 의한 환경오염을 오랫동안 추적한 녹색연합에 따르면 1991년 이후 주한미군이 일으킨 환경오염은 모두 47건이다. 피해에 시달리던 주민이 참지 못해 문제를 제기해 공론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지 바깥으로 번지지 않으면 오염 여부를 알기 어렵다.
◇끊이지 않는 환경오염 이유는=캠프 캐럴 의혹으로 여론이 들끓던 지난달 26일 전북 군산 미군 비행장에서 기름이 흘러나온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공군기지에서 흘러나온 기름은 농수로를 따라 2㎞ 넘게 흘러 새만금방조제 내측 수역까지 이르렀다. 군산비행장은 2005년에도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끊이지 않는 미군 환경오염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류 누출 사고 대부분은 지하에 매설된 저장고나 송유관이 부식돼 일어난다. 지하 시설은 점검이 어려워 제때 보수가 이뤄지지 않는다. 미군이 반환을 앞둔 시설에 투자하기를 꺼린다는 지적도 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이 미군에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는 점은 근본적인 원인이다. SOFA에는 미군이 한국의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한다는 선언적 조항만 있을 뿐 실제적 강제 규정은 없다. 미군은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줄 경우에만 오염정화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어서 공동조사와 비용분담을 놓고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SOFA 4조는 기지 반환 시 원상회복과 보상 책임을 면제하고 있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선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