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국새 제작 총괄책임 맡은 KIST 도정만 박사 “나라도장, 100년 쓸 수 있게 첨단기술 동원”

입력 2011-06-02 19:28


“딸에게 이번에 나라 도장을 만들게 됐다고 했더니 딱 네 글자로 ‘잘 만들어’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정답인 거 같아요.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고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이니까 과학기술자로 소명 의식을 갖고 임할 생각입니다.”

5대 국새(國璽) 제작의 총괄책임을 맡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면엔지니어링연구센터 도정만(52) 박사는 결연한 표정이었다. 도 박사가 이끄는 KIST 연구팀은 최근 행정안전부와 조달청이 발주한 5대 국새 제작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르면 3일 조달청과 최종 계약할 예정이다.

그는 2일 “지난해 9월부터 국새 제작에 필요한 요소 기술을 결정하고 사전 연구를 진행해 차별화된 국새 제작 방법과 제원을 제시한 결과 국새제작평가위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KIST는 조폐공사와 민간 주얼리 업체 등 3곳이 참여한 경쟁 입찰에서 기술과 가격 평가 등에서 최고점(93.01)을 받았다.

가로, 세로 각 10.3㎝의 정방형이며 무게는 3㎏ 내외인 5대 국새 제작에는 첨단 과학기술이 최대한 동원될 예정이다. 우선 기존처럼 인뉴(손잡이)와 인문(아랫부분)을 따로 만들어 붙이지 않고 처음부터 일체형으로 제작하며, 재료는 KIST에서 직접 설계해 개발한 ‘순도 18K 금합금’을 쓴다. 합금의 강도와 성능을 높이기 위해 미세결정립 기술을 적용했다.

도 박사는 “지난 5개월간 이렇게 만든 18K 금합금으로 반복 실험한 결과, 항복 강도(변형이 발생한 재료가 원상회복되는 힘)와 인장 강도(잡아당김에 견디는 힘)가 기존 4대 국새보다 2배 이상 뛰어나다는 것이 증명됐고 색깔도 가장 좋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도 박사는 1999년 3대 국새 제작에 연구실 선배인 고(故) 최주 박사의 조수 역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3대 국새는 2005년 균열이 발견돼 2008년 2월 4대 국새로 교체됐다. 그는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라서 예산을 줄이기 위해 국새 두께를 1∼2㎜로 지나치게 얇게 했다. 두께가 3㎜ 이하로 얇아지면 주물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전체 국새 제작 기간이 1개월로 아주 짧아 여러 번 국새를 녹이거나 이상 유무를 검사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던 3대 국새는 지난해 4대 국새가 제작자인 민홍규씨의 사기극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드러나 폐기되면서 다시 임시 나라 도장으로 쓰이고 있다. 도 박사는 3대 국새의 균열 보수 작업을 맡아했다.

5대 국새는 KIST가 제작 총괄을 맡고 ‘예술세계’와 ‘MK-전자’ 등 두 곳의 민간업체가 거푸집 제작과 주물 제작 등에 참여한다. 국새의 납품 기한은 9월 말까지로, 제작 기간이 빠듯하다. 5대 국새는 짧아도 100년은 쓸 수 있게 시간과 예산을 충분히 들여야 한다고 도 박사는 강조했다. 그는 “시간과 예산이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한도 내에 제작을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