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도화지 삼아 100번째 음악 그린다… 100회 맞은 ‘유희열의 스케치북’

입력 2011-06-02 17:31


“오늘 무대는 저한테 남다르게 느껴져요. 기념사진을 찍는 기분이에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KBS 2TV 음악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유희열은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를 묻는 질문에 “바로 오늘이 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녹화는 100회를 맞아 ‘더 뮤지션(The Musician)’이라는 타이틀로 마련된 공연으로, 국내 최고 연주자들이 무대에 서는 날이었다. 검정 양복에 검은 넥타이 차림의 유희열은 녹화를 1시간여 앞두고 마련된 간담회 내내 들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저는 가수가 아닌 세션으로 방송을 시작한 사람이에요. 100회 특집을 앞두고 연출진이 ‘뭘 했으면 좋겠느냐’고 묻기에 ‘대한민국 연주자들을 모아서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흔쾌히 들어주시더라고요. (지상파 방송에서 이런 무대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어요. 출연자들이 모두 검정 양복을 입고 나오는데, 저도 연주자 중 한 명으로 서는 마음이라 옷을 똑같이 입었어요.”

‘더 뮤지션’ 공연엔 기타리스트 함춘호, 베이시스트 신현권, 드러머 배수연, 건반 연주자 김효국,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 등이 출연했다. 각 분야의 대가로 평가받지만 수십 년 동안 무대 뒤편에서 묵묵히 연주만 해온 인물들이다. 최백호 김건모 윤종신 이적 아이유 등 평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들은 이날 ‘조연’으로 무대에 올라 노래했다. ‘더 뮤지션’ 공연은 3일 밤 12시5분 방송된다.

간담회에서 유희열은 2009년 4월부터 2년 넘게 ‘스케치북’을 진행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처음 방송 시작할 때의 목표는 ‘100회 전에 잘리지 말자’였는데 다행스럽게 버텼다”며 웃음을 지었다. ‘토이’라는 이름으로 무수한 히트곡을 낸 뮤지션인 그는 “무대 위에서는 내가 음악인이라는 생각을 지운다. 전문 MC라는 생각으로 몸 사리지 않는다”며 “언제까지 이 프로그램을 할지 모르지만 손님을 가장 잘 맞이할 수 있는 진행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가장 초대하고 싶은 가수를 묻자 “우선 조용필 선생님을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유희열은 “대중음악의 기본 같은 분이다. 꼭 한 번 모시고 싶다. 나훈아 이미자 선생님, 서태지씨도 모시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에게 음악적으로 자극을 준 게스트로는 가수 이적과 인디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을 꼽았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을 보면서는 음악을 저렇게 즐겁고 유니크하게 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만지다’라는 코너를 함께한 이적씨는 성대가 부러웠어요. 외모는 아니고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