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다감한 문장으로 읽어 낸 옛 그림

입력 2011-06-02 18:07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손철주/현암사·1만5000원


1998년 출간 이래 수십만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의 저자 손철주 학고재 주간이 가려 뽑은 우리 옛 그림을 감상하며 쓴 그림 에세이 모음집이다. 미술 칼럼니스트이자 명강사로 ‘그림 읽어주는 책’의 계보에 이름을 남긴 손 주간의 해박한 식견과 발품이 글 속에 녹아 있다. 우리 옛 그림을 멋들어지게 소개하는 그의 그윽하고 다정다감한 문장을 읽노라면 그가 왜 우리 문화판에서 ‘잘 노는 사람’으로 통하는지 알게 된다.

“봄이 거볍게(홀가분하고 경쾌하게) 오겠는가. 봄꽃은 겨울을 견딘 자에게 베푸는 은전이다. 꽃 지고 잎 시드는 삼동의 추위 속에서 귀하기는 상록이다. 늘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를 보며 혹독한 세월을 참는다. 옛 화가가 세한도를 그리는 이유도 그것이다. 꽃이 시답잖아서가 아니라 경망스런 대춘부(待春賦)를 경계해서다.”(278쪽, 권돈인의 ‘세한도’ 감상편)

정선이나 김홍도와 같이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부터 정조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그림, 양기훈과 오명현 등 다소 낯선 화가들의 작품까지 총 68편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소개한다. 산수화와 화훼도, 인물화, 풍속도는 물론 남녀의 애절한 정한을 그린 작품들까지 우리 그림의 참맛이 풍부하고 살갑게 전해진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