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씨 中서 기자간담회… “새로운 방향에서 만년문학에 몰두할 것”

입력 2011-06-01 18:51


2009년 이명박 대통령과 중앙아시아 동행에 따른 정치참여 논란, 2010년 장편소설 ‘강남몽’ 표절시비 등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절치부심해온 소설가 황석영(68·사진)씨가 이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문학인생 50년을 맞아 최근 펴낸 전작 장편 ‘낯익은 세상’(문학동네) 출간을 계기로 이 소설을 집필했던 중국 윈난성 리장(麗江)을 다시 찾은 황씨는 1일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동행 사건 때문에 설화를 겪었다. 나이가 들면서 지식인이 생각하는 사회 모습이 있지 않느냐”며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내 생각을 좀 실현해 보려고 현 정부와 다소 생각이 다른 게 있었음에도 남북관계 개선에 일조한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알다시피 남북관계를 민족적으로 풀게 아니라 새로운 지역을 형성하자는 생각이 있었다”며 “문화공동체로서 남과 북, 몽골, 중앙아 등 6개국이 참여하는 알타이 문화연대를 구상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현 정부가 처음엔 하는 척하더니 상황이 변하니까 슬그머니 손을 놓더라. 기회가 있다면 다음 정권에서 다시 시도할 생각도 있다”고 부언했다. 이 문제로 인해 최근 2∼3년 동안 여기저기서 욕을 많이 먹었다는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친구였던 사람들이 이로 인해 날 욕할 때 무척 섭섭했다”고 말했다.

‘강남몽’ 표절 시비와 관련해 그는 “외국, 특히 미국의 경우엔 출판사에 자료부가 있어서 자료를 챙겨주는 관행이 있고, 또 인용구는 각주를 달아 출처를 밝히는데 우리의 경우는 그런 전례가 없었다”면서 “지난 시대에 대한 자료를 활용하다 내가 미처 그런 형식을 놓치고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그는 생애 처음 전작 장편으로 탈고한 ‘낯익은 세상’ 출간을 계기로 “이맘때의 내 문학은 치열한 전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쓸어버린 뒤의 폐허에 남아 있는 연민을 위한 것”이라며 지금까지와 달리 새로운 방향에서 만년문학을 새롭게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젠가 후배 문인들과 어울리다가 시인 김정환이 ‘만년문학은 치매의 문학이다’고 그럴듯하게 말한 것을 얻어들게 되었다. 치매는 현재에서 가까운 기억들을 지워가면서 지나간 옛날이나 또는 기억해야 할 것들만 간추려 되새기고 재조합하는 과정일 것이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이제부터는 정통 리얼리즘에 다소 거리를 두고 세계 보편성을 담아낼 추상적이며 근원적인 것들, 사소하면서도 뒤늦게야 발견되는 일화들을 비워내고 추려내는 만년문학에 몰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리장(중국)=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