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호·송순섭·김일구·조통달·최영길… 5대 男 명창, 한 무대에 오른다

입력 2011-06-01 18:51

정철호(85) 송순섭(76) 김일구(71) 조통달(66) 최영길(62) 등 5대 남창(男娼)이 오는 13∼17일 서울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나란히 판소리 공연을 한다. ‘천하 5대 남창 판소리 눈대목-득음’이라는 제목으로 판소리 다섯마당의 눈대목(하이라이트)을 들려준다. 여류 명창들의 합동 공연은 흔하지만 5대 남창이 한꺼번에 무대에 오르는 것은 드문 일이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충무로 한국의집에서 모인 이들은 그동안 겪은 애환을 털어놨다. 임방울(1904∼61) 명창의 제자인 정철호(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예능보유자) 명창은 “산에서 1000일 동안 소리를 해야 득음할 수 있는데 300일밖에 못했다”고 회고했다.

김일구(판소리 예능보유자후보) 명창은 “10여년 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판소리 공연을 할 때 기립박수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모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홀대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수 조관우의 부친인 조통달(판소리 예능보유자후보) 명창은 “다섯 살 때부터 소리를 했으니 어느덧 62년의 세월이 흘렀다”면서 “5명의 남창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주대사습놀이 대통령상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88년에 판소리 예능보유자후보가 된 후 아직까지 후보에 머물러 있다”며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영길(판소리 이수자) 명창은 “방송사 국악 프로는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심야시간에 한다. 서울시지정 인간문화재 지원비는 월 120만원인데 국가지정 인간문화재는 100만원이니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명창은 “하지만 이런 것을 바라고 무대에 서는 것은 아니다”며 “콘서트나 뮤지컬 못지않게 판소리도 해학과 웃음이 있으니 많이 보러 오시라”고 입을 모았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