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부터 남측 요구로 만났다" 북한이 밝힌 정상회담 추진 전모
입력 2011-06-02 01:09
북한이 1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대답에서 주장한 남북 간 비밀접촉과 정상회담 추진 과정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실제 남북 비밀접촉 참석자는 물론 접촉을 지시했다는 정부 핵심 라인 인사들이 실명으로 적혀 있고, 일부 발언은 직접 인용한 듯 표시한 점도 눈에 띈다.
북측 주장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거론하지 않겠다”며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것인데 북측이 이를 오해하고 있다고 설득했다.
실제 남북 비밀접촉은 지난달 9일부터 이뤄졌다고 북측은 주장한다. 북측은 “비밀접촉 마당에 나온 괴뢰통일부 정책실장 김천식, 정보원 국장 홍창화, 청와대비서실 대외전략비서관 김태효 등은…”이라고 실명을 적시했다. 북한 주장으로 볼 때 남북 비밀접촉은 2~3차례 연쇄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장소도 북한은 ‘베이징 비밀접촉’이라고 표현했지만 독일 베를린 등지에서도 접촉이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
우리 당국자들은 처음 제안할 때와 달리 실제 만난 자리에서는 “(천안함과 연평도) 두 사건이 남북관계를 위해 ‘지혜롭게 넘어야 할 산’”이라며 사과를 제안했다고 북측은 주장했다. 북측이 거부하자 우리 측 참석자들은 “제발 북측에서 볼 때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자”며 “양보해 달라”고 애걸했다는 것이다. 또 이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남북관계는 진보보다 보수 세력과 추진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워 접촉을 이어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우리 측이 정상회담의 세부 일정까지 제시했다는 게 북측 얘기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과 문제가 해결되면 5월 하순 장관급 회담을 열어 정상회담을 위한 합의사항을 선포하자고 했다는 주장이다. 이어 판문점과 평양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3차 회담은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북측이 사과 요구를 거부하자 우리 측 인사들은 “(사과 대신) ‘유감’이라도 표시해 달라”며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북측은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돈봉투를 제시하며 매수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적 지시에 따라 비밀접촉을 주관하는 통일부 장관 현인택, 정보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현지 파견 인물 외에 아는 사람이 더 이상 없으니 북측도 접촉 내용을 비밀에 부쳐 달라”며 보안 유지를 당부했다고 주장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