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 수사] 이영회 아시아신탁 회장 “투자금 1년내 절반 회수 부산저축銀 대주주 말 믿어”

입력 2011-06-02 01:12


1일 서울 대치동 코스모타워 13층 회장실에서 만난 이영회(64·사진) 아시아신탁 회장은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과 사적으로 만나지 않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저축은행 투자 과정에서) 김 전 원장의 조언을 들었다면 오히려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 전 원장이 아시아신탁의 부산저축은행 투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 회장은 행시 11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사무총장, 수출입은행장 등을 지낸 뒤 2007년 김 전 원장과 함께 부동산 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을 설립해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회장은 “김 전 원장은 2007년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 부인 명의로 투자해 4% 지분을 취득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금감원장 취임과 함께 모두 매각했고, 사외이사로서 이사회가 열리면 의장 역할만 했지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아시아신탁이 부산저축은행에 90억원을 투자한 이유에 대해서도 “부동산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취급하는 금융회사와 제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일거리를 많이 딸 수 있겠다 싶어 규모가 큰 부산저축은행에 지난해 6월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위기를 인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증자를 하면 문제가 없다’는 말을 믿었다”며 “부산저축은행 대주주가 1년 이내에 투자금 절반을 회수하고, 나머지 반은 이후 6개월 이내 회수한다고 약속했었다”고 전했다. 증자 대가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산저축은행이 미치지 않고서야 우리에게 왜 비자금을 건네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금감원은 아시아신탁이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7월 아시아신탁의 금감원 출신 감사를 불러 “부산저축은행이 위험하다”며 투자금을 빼라고 귀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47억원을 서둘러 회수했다는 것이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