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 수사] 김종창 前 금감원장, ‘저축銀 감독’ 직원 징계 항의… 감사원 사무총장과 언쟁
입력 2011-06-02 01:15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감사원 정창영 사무총장을 만나 저축은행 검사의 부당성을 문제 삼았으며,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 과정에도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전 원장과 감사원 사무총장 언쟁=1일 감사원 등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은 감사원이 지난해 1∼4월 금융 당국의 저축은행 감독 실태에 대한 실지감사를 끝낸 직후 정 사무총장을 직접 찾아갔다. 당초 감사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사무총장을 만났다고 한다. 김 전 원장은 감사원이 저축은행을 감사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의 징계 조치에도 반대했다.
김 전 원장은 “금감원 직원을 징계하면 감사를 못 한다”고 항의했고, 정 사무총장은 “그게 말이 되느냐.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다고 공무 수행을 못 하느냐”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감사원 관계자는 전했다. 피감기관의 수장으로서 입장을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김 전 원장이 감사원이 저축은행에 대해 간접적으로 감사하는 데 불만을 토로하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반발도 전한 점은 배경이 수상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저축은행의 브로커 윤여성(56·구속)씨는 지난해 2월부터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만나 “금감원장에게 부탁해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 강도와 제재 수위를 낮춰 달라”며 사례금 7000만원을 전했다.
◇김 전 원장, 부산저축은행 구명 나섰나=김 전 원장이 감독원장에 취임하기 전날인 2008년 3월 26일까지 이사로 일했던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 90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유상증자 성사에 목을 매고 있었다. 감사원 감사와 금감원·예금보험공사 공동 검사에서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채권을 숨겼던 것이 적발됐고, 23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라는 조치가 떨어지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8%를 맞출 수 없게 된 것이다.
‘8·8클럽’에서 퇴출되면 한 기업에 80억원 이상을 대출할 수 없어 위장 특수목적법인(SPC)에 대출한 돈을 회수해야 했다. 의혹의 초점은 전망이 불투명한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배경에 김 전 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느냐로 모아진다.
그러나 김 전 원장이 평소 친분 있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 등의 부탁을 받고 아시아신탁에 영향력을 행사, 자금난을 겪는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하게 했다가 금감원 등이 투자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회수를 요구하자 서둘러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의혹도 나온다. 아시아신탁은 투자한 지 3개월 만인 9월과 12월에 모두 47억원을 회수했다. 검찰은 곧 있을 김 전 원장 소환에 앞서 이날 강모 아시아신탁 감사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이동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