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 수사] 금감원·감사원 이어… 檢 칼끝, 금융위까지 겨냥
입력 2011-06-01 21:52
검찰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김광수 원장이 전 금융위 국장이라는 점을 이용해 부산저축은행 구명 활동에 개입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1일 “압수수색을 한 곳은 기관이 아니라 원장실이며, 김 원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김 원장 개인이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됐음을 분명히 했다.
◇돈 받고 저축은행 도와줬나=부산저축은행 수사가 시작된 이후 금융위 고위간부가 비리 혐의로 소환되는 것은 김 원장이 처음이다. 검찰은 김 원장이 2008년 3월부터 2년 가까이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으로 재직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서비스국은 보험과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등 중소금융기관에 대한 정책을 담당하는 곳이다. 검찰은 김 원장이 금융위를 떠나 2009년 12월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의 기간에도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여권 인사로서 자신이 몸담았던 금융서비스국 등에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 원장이 고교 동문인 부산저축은행 경영진 또는 브로커 윤여성씨로부터 저축은행 측에 유리한 정책을 입안해 달라고 하는 등의 로비를 받았는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저축은행과 전주저축은행을 인수했던 2008년에 금융위는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저축은행에 기존 영업지역 외 다른 곳에 지점을 낼 수 있도록 하고, 검사 유예 등 인센티브를 줬었다. 검찰은 이런 정책 결정과정에 김 원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차명 특수목적회사(SPC) 29개를 통해 조성한 수백억원대 비자금 가운데 100억원 이상을 로비자금으로 쓴 정황으로 볼 때 금융위의 다른 간부들까지 로비 대상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연이어 등장하는 광주일고 커넥션=부산저축은행과 관련된 이번 사건에는 유달리 광주일고 출신 인사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2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김 원장 역시 광주일고 출신이다. 김 원장은 금융위의 주요 보직을 거치며 여야를 막론하고 정·관계에 두터운 인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5년 대통령비서실에서 정책기획 업무를 맡았으며, 2008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2009년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지난 3월 금융정보분석원장이 됐다.
이번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김민영 부산·부산2저축은행장,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 문평기 전 부산2저축은행 감사 등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수뇌부 역시 광주일고 동문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 창구로 지목된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은 김양 부회장의 광주일고 동기로, 부산저축은행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들은 이들 고교 동문이 결의한 사항을 그대로 집행했고, 감사 기능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 박 회장 등은 사업 확장과 자금조달은 물론 금융권과 정·관계 로비에도 학연을 활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퇴출 위기가 높아지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전방위 구명 로비에 학연을 적극 동원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