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이 비밀접촉서 정상회담 제안”
입력 2011-06-01 22:00
“4월부터 만남 요구, 6월 하순 등 3차례 정상회담 일정 제시” … 국방위 대변인 통해 주장
남북이 지난달 베이징에서 비밀접촉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우리 측이 6월 하순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고 1일 북한이 주장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남한이 지난 4월부터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으니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갖자고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5월 9일부터 김천식 통일부 정책실장, 홍창화 국가정보원 국장,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 비밀접촉을 가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은 또 비밀접촉에서 남측 참석자들은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일정을 모두 잡아놓고 있다”면서 5월 하순 정상회담을 위한 장관급 회담, 6월 하순 판문점에서 1차 정상회담, 두 달 후 평양에서 2차 정상회담,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서울에서 3차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국방위 대변인에 따르면 북측이 “지금처럼 남측에서 ‘선 핵포기’와 천안함·연평도 두 사건에 대한 사과에 대해 계속 떠들면서 적대시 정책을 고집하는 한 최고위급 회담 개최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남측에서 “최소한 두 사건에 대해 ‘유감’이라도 표시해 달라. 그리고 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시키자”고 제안했다. 남측은 또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자”며 북측에 “제발 좀 양보해 달라”고 애걸했고, 돈봉투까지 내놓고 유혹하려 했다.
국방위 대변인은 비밀접촉 내용을 전격 공개한 이유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5월 19일을 전후해 ‘베를린 제안’의 진의를 북에 전달했다고 한 비밀접촉의 전모는 바로 이러하다”며 “베이징 비밀접촉 정형을 날조하여 먼저 공개하고 이러저러한 허튼소리를 내돌리는 이상 우리도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까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18일 기자들과 만나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하는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진의가 북측에 전달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일반적 외교 관례를 깬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에 정부는 당혹스러워하면서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남북접촉 사실은 인정하면서 “정상회담을 구걸했다는 북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 우리 측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