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 1년 평가] 학습부진아 전담교사 1명이 2~4학년 6명 ‘특별수업’

입력 2011-06-01 21:40


곽노현 교육감 공약 ‘맞춤형 교육’ 현장

지난 31일 서울 불광동 연천초등학교 2층 보건교육실. 학습부진아 전담강사인 손희경(40·여)씨가 2학년 윤모(8)군에게 국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윤군은 2학년이지만 아직 한글을 쓰거나 읽는 것이 서툴다. 윤군은 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손 교사와 30∼40분씩 둘만의 특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손씨와 윤군은 ‘덧셈 뺄셈’과 ‘받침 있는 글자 읽고 쓰기’를 함께 공부했다. 윤군은 ‘( )-4=5’라는 수학 문제를 두고 막막해했다. “사탕이 몇 개 있었는데 4개 먹었더니 5개가 됐다는 말이야.” 손씨가 풀어서 설명했다. 윤군이 학습지 위에 ‘9’라고 쓰자 손씨는 “그래, 바로 그거야. 잘하고 있어”라고 등을 두드리며 칭찬했다. 읽기도 일대 일로 하나하나 가르쳤다. 손씨는 학습지 위에는 ‘숟’ ‘굳’ ‘발’ 등의 글자를 윤군이 제대로 읽자 “정말 잘한다, 잘 기억하고 있구나”라고 다시 한 번 칭찬했다. 손 교사는 “윤군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글자를 순서대로 쓸 줄 몰랐다”며 “부모의 관심 부족이 학습부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칭찬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학습부진아 전담교육, 시작은 했지만=학습부진아 전담교사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대표적인 공약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서울 지역 모든 공립초등학교에 학습부진아 전담교사를 1명씩 배치했다.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목표로 실시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현장 교사들은 취지는 좋지만 지원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천초등학교의 경우 손씨가 담당하는 학생은 2학년부터 4학년까지 모두 6명이다. 6명의 수준도 제각각이라 한두 명씩 팀을 만들어 따로 수업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아이를 돌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손씨가 돌보는 아이들은 3월 기초학력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20∼30점을 받았다.

손씨는 “학습부진아 전담교사가 학년별로 한 명씩만 지원돼도 더 많은 학생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과정평가원이나 교육청 자료도 학생 수준별로 마련돼 있지 않아 학습 자료를 찾는 게 큰 숙제”라고 말했다.

전폭적인 지원이 없다면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한 초등학교 이모(49) 교사는 1일 “인력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진로·공부 캠프 운영 대상 학교도 일부에 불과하다”며 “학습 동기를 유발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더 많은 학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공약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곽 교육감이 내세웠던 서울형 혁신학교 운영, 사교육 경감 등 교육 관련 공약이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수치상으로는 목표가 달성됐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아직 걸음마단계라는 평가가 많다.

곽 교육감의 대표적인 공약인 서울형 혁신학교는 설립 현황 면에서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곽 교육감은 2011년까지 초등학교 11곳, 중학교 7곳, 고등학교 2곳 등 20곳을 혁신학교로 지정·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서울 지역에는 초등학교 10곳, 중학교 10곳, 고등학교 3곳 등 23곳이 혁신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혁신학교 운영이 안정화되기까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교육 경감 문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심야 교습학원 단속은 강화됐지만 지난해 말까지 계획했던 학원 수강료 제한은 실시하지 못했다. 2007년 수강료 제한 이후 학원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전국 1012개 초·중·고교 학부모 4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 및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조9000억원으로 2009년(21조6000억원)에 비해 7541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서울 지역 사교육비 감소율은 아직 현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시교육청 담당자는 “사교육 경감 문제는 아직 대책을 수립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