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 수사] 한나라, 박지원 겨누며 靑 지원사격
입력 2011-06-01 21:54
한나라당이 1일 저축은행 사태를 두고 청와대를 맹공하고 있는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정조준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검찰 수사가 정치권 전방위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지만, 청와대가 민주당과 맞붙자 측면 지원에 나선 셈이다. 청와대 측에서 흘러나온 ‘여당이 너무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왔다.
신지호 의원은 오전 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저축은행의 부실을 눈덩이 불리듯 키워왔다”고 대야(對野)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신 의원은 “김황식 국무총리가 ‘오만 군데서 압력을 받았다’고 했는데, 호남 출신인 김 총리가 박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쪽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박 전 원내대표는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이 (과거)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는데, 알아보니 대출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정 수석은 사법처리돼야 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박 전 원내대표는 결국 정계를 떠나셔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배은희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감사원,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감사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며 “그랬던 박 전 원내대표가 이제 와서 저축은행의 이런 결과가 감독 부실이라고 하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대변인은 또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한 민주당 박선숙 의원을 지목, “박 의원은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에서 감사원의 저축은행 감사가 법을 위반한 월권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도둑을 감싸며 오히려 도둑 잡겠다는 경찰을 비판한 격”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고승덕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부산저축은행의 공식적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12조원에다 분식 PF 부실까지 합치면 20조원 정도”라며 “이는 과거 정권의 ‘먹거리 잔치’였다”고 가세했다.
고 의원은 이어 “유례가 없는 대규모 금융비리가 발생하게 된 것은 결국 그런 분들(호남 출신의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이 지난 정권의 실세들과 통한 것”이라며 “저축은행 사태 책임의 95% 이상은 과거 정권 책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황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4선 이상 중진의원 회의에서는 ‘저축은행 문제는 10년에 걸쳐서 진행된 기형적인 운영으로 벌어진 뿌리 깊은 문제이기 때문에 국정조사에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