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 수사] 민주, 정진석 집중 압박… ‘MB 측근게이트’로 몰아

입력 2011-06-01 21:55

민주당은 1일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며 청와대를 향한 총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정진석 정무수석이 구속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자주 만난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박지원, 정진석 때리기에 주력=당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정 수석은 신 명예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역삼동에 있는 경복아파트 사이의 고깃집에 가보면 신씨와 얼마나 많이 나타났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정 수석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공인”이라며 “이렇게 문제가 됐다면 대통령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이실직고하고 해명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권재진 민정수석과 김두우 기획관리실장 등에게 겨눴던 칼날은 거뒀다. 두 사람의 개입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전력을 분산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는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에서 500억원씩 1000억원을 부산저축은행에 증자하도록 했고 그 대신 박씨 소개로 포항에 있는 건설회사에 대출해주는데, 여기에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 개입돼 있다”면서 “그 사람이 김 실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권 수석 개입설도 “그런 일에 개입할 성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김황식 국무총리를 공격했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김 총리는 감사원장 시절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떤 보고를 했는지 공개하고, 자신이 스스로 밝힌 청탁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현직 총리가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전 원내대표와 박선숙 의원은 감사원의 저축은행 감사에 대한 자신들의 과거 발언을 비판한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키로 했다. 박 의원은 “감사원이 기업은행 13층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감사를 진행하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어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측근 게이트 불 지피기=민주당은 이번 사태가 권력형 비리 또는 정권말기에 발생하는 전형적인 측근 게이트라는 주장이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축은행 문제에 대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고, 물방울 다이아몬드 받고 의혹의 인물과 골프 치고 고급 식당에서 밥 먹은 사람들이 누구냐”면서 “임기를 1년 남겨둔 상황에서 남 탓과 물 타기를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저축은행 게이트는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비리의 총집합이다. 백화점 같다”며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반칙·특권·비리 드라마의 종결판”이라고 질타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는 보은인사, 금융권 인사 개입으로 금융을 ‘장영자 시대’로 돌려놓았다”며 “경제검찰총장인 금감원장이 감사원에 가서 동냥성 행위와 발언을 하도록 움직인 몸통이 누구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