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외톨이 농촌경제연구원

입력 2011-06-01 17:56

농업이 천하의 근본이라는 얘기는 전설로만 남았었다. 공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농업은 왜소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도 안 된다.

그런데 최근 정반대 주장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 농업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농업이 미래의 국가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땐 그저 의례적인 발언이려니 했는데 이 대통령은 지난달 라디오 정례 연설에서도 농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또 꼽았다.

농업을 ‘첨단 생명산업’으로 규정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이 6차 산업이라는 주장도 있다. 농산물 생산(1차 산업), 가공 및 판매(2차 산업), 여기에 음식·숙박·관광업(3차 산업) 등을 더한 6차 복합융합산업으로서 농업이 소득 증대와 고용 창출을 담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6차 산업은 고사하더라도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는 요즘 농업은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식량자급률이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그룹에 속한 우리나라로선 농업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자면 농업·농민·농촌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요청된다.

현재 농업·농촌 관련 국책 연구기관은 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유일하다. 문제는 지금 KREI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 사업의 일환으로 2005년 추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KREI는 전남 나주로 2012년까지 옮겨가야 한다.

이전 완료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모양이나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농림수산식품부의 싱크탱크로서 KREI의 역할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세종시로, KREI는 나주로 따로따로 이전하게 되면 물리적인 거리 탓에 정책 조율에 심대한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중앙부처 가운데 소관 정책연구기관을 세종시로 동반하지 않는 부처는 농식품부뿐이다. 결과적으로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다른 국책 연구기관들과 KREI의 협동연구 네트워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농업 개방 문제와 연계된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등과 관련해서는 국내외 협동연구가 불가피한데도 사실상 KREI는 외톨이 신세로 전락할 지경이다. 이는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KREI 이전 계획은 재조정돼야 맞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