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정상회담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라
입력 2011-06-01 17:52
북한이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비밀접촉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북한 발표문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서 청와대 국정원 통일부 관계자가 북한 측과 비밀리 접촉해 올해 6월 하순 판문점과 8월 평양, 내년 3월 서울 등 모두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으며, 이를 위한 장관급 회담을 5월 하순 갖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측이 약속을 어기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 결렬됐다고 했다.
정부는 북한이 관계자 실명까지 들면서 일방적으로 비밀접촉을 공개하자 무척 당황해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유럽 순방 중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면 내년 봄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열자는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게 북측 주장이다.
느닷없는 비밀접촉설이 터져 나와 당혹스러워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비핵·개방·3000’이라는 일관된 대북 정책으로 북한을 압박해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아 왔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충돌을 겪고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이 되었지만 그럴수록 국면 전환을 위한 대화의 필요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베이징 접촉은 임기말을 앞두고 가시적 성과를 만들려는 조급증의 산물 같다.
북한이 밝힌 접촉 내용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포격 사건에 대하여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으니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갖자고 거듭 간청했다고 한다. 더욱이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만들자고 하였다니 사실이라면 국민을 욕보이는 짓이다. 돈봉투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북한은 김정일 방중 이후 무슨 이유에선지 대남 비방과 군사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폭로는 그것이 남북접촉 결렬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이명박 정부에게 더 이상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할 명분과 실익이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