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고민스러운 몇 마디
입력 2011-06-01 18:59
‘이웃’의 데스크를 맡으면서 저를 고민스럽게 하는 몇 마디가 있습니다.
“그 사람 교회 다녀요.” “그 사람 신앙이 참 좋아요.” “직분이 있는 사람입니다.”
취재원 대개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그들의 신앙력(歷)이 중요하지요. 한데 그 신앙력을 잘못 다루면 계량화 직급화 계급화의 뉘앙스를 드러내 섣불리 그 말에 동의하고 반응을 보이기가 멋쩍다는 거죠. 거참, 남을 판단하지 말라 하셨는데…고약한 직업 때문에 저울질 당할 운명인가 봅니다.
# 그 사람 교회 다녀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을 취재하려고 할 때 시험에 드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 4분의 1이 교회 다니니 스타들도 대략 그러할 겁니다. 독자도 궁금해할 것이라는 걸 알지요. 그런데 그 스타가 교회를 열심히 다녀도 취재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판단’을 합니다. ‘스타가 교회 다닌다’가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 신앙이 참 좋아요
장독대에서 정한수 떠놓고 빌던 어머니들이 예수를 영접하면서 한국의 기독교는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예배당 마룻바닥이 파일 정도로 무릎기도를 했었지요. 가족을 위해서 말입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 가족을 위한 사랑. 한데 물질이 아쉽지 않은 요즘에도 우린 가족만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신앙이 참 좋다고 하기엔….
# 직분이 있는 사람
신문기사 작성 매뉴얼 상 취재원 이름을 쓴 다음 괄호 열고 나이, 직업 또는 직책을 씁니다. 교회 인물의 경우 괄호에 교회명과 직분을 쓰는데 집사 권사 장로 등과 같은 직분을 표기하다가 주저하곤 합니다. 적어도 교회 안에선 직책이나 직급 등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가 쓰는 기사에서 그런 뉘앙스가 배일까 걱정이죠.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