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창사 50주년 기념 특별기획 ‘타임’… “리얼 다큐는 가라” 이색 다큐멘터리의 반란

입력 2011-06-01 21:30


색다른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안방극장을 찾는다. 바로 MBC가 창사 50주년을 기념해 내놓는 ‘타임’. PD 외에도 영화감독, 문화평론가 등이 연출자로 나섰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지난 50년을 설명하는 키워드를 하나씩 골라 각자 한 편씩, 재량껏 만들었다. 비장하고 진지한 기존의 다큐멘터리 문법은 과감히 벗어던졌다. 연애 돈 간첩 전화 술 교육 등 취급한 아이템은 다양하다. 과연 이 시리즈는 대중들로부터 얼마만큼의 공감을 이끌어낼까.

일단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공개된 ‘타임’은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예컨대 오는 9일 방송될 예정인 ‘돈’이 그러했다. 지상파에서 처음 만들어진 페이크(가짜) 다큐멘터리로, 연출은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김현석 감독이 맡았다.

김 사업 등을 벌여 부자가 된 60대 중반의 장세춘이란 사람이 주인공인데, 그는 자신의 재산을 놓고 다툼을 벌인 자식들이 미워 건물 옥상에서 2억원을 뿌릴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서울 여의도 금융가 사거리에 있는 한 건물에 올라가 돈을 살포한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이니 장세춘은 당연히 가상 인물이다. 뿌려진 돈 역시 소품용이고, 그걸 줍는 인물들은 동원된 엑스트라다. 하지만 화면을 보고 있으면 돈이 굴절시킨 인간관계의 단면을 확인하게 된다.

영화 ‘짝패’ ‘부당거래’ 등을 만든 류승완 감독은 남파 공작원을 직접 찾으러 다닌 과정을 담아 ‘간첩’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차기작으로 첩보영화를 준비 중인 류 감독은 북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나 1980년대 방북 사건에 연루된 인물을 만나러 다닌다. 영화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간첩을 만나 생생한 취재를 하기 위해서다. 다큐멘터리가 일종의 ‘메이킹 필름’(영화 제작 뒷얘기를 다큐멘터리로 엮은 필름)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 밖에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 ‘싱글즈’를 만든 권철인 감독, 문화평론가 임범씨 등이 참여했다. 이명세 감독은 강수연 박중훈 하지원 등 그간 작업한 배우들을 만나 만남과 기억을 소재로 대화를 나눈 ‘M’을 만들었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 나온 이명세 류승완 권철인 등 영화감독 3명은 “영화는 정해진 콘셉트에 맞춰 찍지만 다큐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명세 감독은 “(영화와 달리) 계속 찍으면서 (계획이) 바뀌니까 ‘다큐는 끝나지 않는 프로젝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와 가장 큰 차이는 ‘한 번 더 다시 가죠’란 말을 못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취재원의 대답이 내가 원했던 답이 아닌데 다시 해 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탁 지나가는 순간들을 못 찍었다고 못 찍은 것을 다시 연출해서 어떻게 해보려고 하면 티가 나더라고요. 그게 가장 어려웠던 지점인 거 같아요. 흐르는 순간들을 다시 되돌리지 못한다는 것.”

‘타임’은 2일 ‘새드무비를 아시나요?’를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밤 11시5분 방송된다. 이우호 PD가 연출한 이 작품은 50년간 달라진 연애의 행태를 다룬다. 배우 공효진이 내레이션을 맡았고 개그맨 김병만과 윤다훈의 딸인 신인배우 남경민이 출연한다. 시리즈는 총 20회 정도로 예정하고 있지만 횟수는 유동적이라고 제작진은 밝혔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