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일본이 우승했다고?
입력 2011-06-01 21:29
한국·중국·일본의 고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13일에 구리 9단의 고향 중국 충칭(重慶)에서 진포산(金佛山) 한·중·일 바둑고수 초청전이 열렸다. 한국대표는 BC카드배, olleh배, 원익배 십단전, 한국물가정보배 등 4관왕에 등극한 이세돌 9단, 중국대표는 삼성화재배 우승자인 구리 9단, 일본대표는 명인(名人)과 십단(十段)을 차지하고 있는 이야마 유타 9단이었다. 대회방식은 먼저 추첨으로 1회전 휴번을 정한 후 나머지 두 명이 1회전 대국을 벌인다. 2회전은 1회전 패자와 1회전 휴번이 맞붙는다. 3회전(결승)은 1회전 승자와 2회전 승자가 대결해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이번 대회는 사실상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의 대결을 보기 위한 이벤트 기전처럼 느껴졌다. 얼마 전 벌어진 BC카드배 월드바둑 챔피언십 결승에서 두 기사가 만나 이세돌 9단이 3대 2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 시합을 주최한 중국은 “BC카드배 결승 5번기로 인해 바둑계는 큰 주목을 받았다.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이 다시 만나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기를 희망한다”며 구리 9단의 고향에서 복수전을 펼침으로서 바둑 열기가 다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는 속내를 밝혔다.
지금까지 공식 기전 상대전적은 8대 10으로 이세돌 9단이 밀리지만 비공식 기전까지 합하면 14승 13패로 이세돌 9단이 앞서고 있다. 구리 9단은 최근 BC카드배 패배 이후 “이세돌이 나의 목표”라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승부의 추는 엉뚱한 방향으로 기울고 말았다.
1회전 이세돌 9단과 이야마 9단의 대결에서 이 9단이 초반의 나빠진 형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패했다.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이 결승전에서 만나 다시 명승부를 지켜보길 바랐던 주최 측은 아쉽지만 2회전에서 그 대결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구리 9단과 이세돌 9단의 2회전 대결은 두 기사의 기풍처럼 난타전으로 펼쳐졌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패하며 가장 먼저 탈락했다. 이어 펼쳐진 결승전은 구리 9단의 강공과 막판 흔들기에도 전혀 아랑곳 않은 이야먀 9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당연히 한국과 중국 중에서 우승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는 결과였다.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로 지켜보던 바둑 팬들도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놀라움을 표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일본은 이야마 9단의 우승 소식에 환호했다. 6년만의 일본 우승이라 감회는 더욱 깊었다. 1989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명인을 차지한 ‘젊은 명인’ 이야마 9단의 우승으로 오랜만에 일본이 웃을 수 있었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