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 ‘슈퍼 박테리아’ 공포 전 유럽 확산
입력 2011-06-01 00:22
유럽에서 장출혈성대장균(EHEC) 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유럽 각 나라 보건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독일 당국이 당초 감염원으로 지목했던 스페인 오이도 EHEC 발생의 주범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체모를 ‘슈퍼 박테리아’에 대한 공포감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유럽 지역에서 EHEC 감염 사망자는 16명으로 늘었다고 31일(현지시간) AFP통신이 보도했다. 독일에서 87세 여성이 이날 사망하면서, 약 2주 전 EHEC가 처음 발생한 이후 독일에서 사망한 사람은 모두 15명에 이르렀다. 스웨덴에서도 최근 독일에 다녀온 50대 여성이 EHEC 감염으로 사망했다. 독일 이외의 국가에서 EHEC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로버트 코흐 연구소(RKI)는 EHEC 감염 확진 또는 의심 환자가 1200여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중 치명적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 환자는 전날의 329명에서 373명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HUS는 목숨을 잃지 않더라도 신장 기능이 크게 손상돼 완전히 회복이 불가능한 무서운 질병이다.
이 외에도 감염자는 나라별로 스웨덴 39명, 덴마크 14명, 영국·프랑스 각 3명, 오스트리아 2명, 폴란드 1명 등 유럽 전역에 포진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페인에서도 독일 여행에서 돌아온 40세 남자가 EHEC 감염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 대부분은 최근 독일을 방문했거나, 거주했던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독일 함부르크 시의 코르넬리아 프뤼퍼 슈트록스 보건장관은 실험 결과 당초 의심을 받던 스페인산 오이가 이번 EHEC 발생의 주범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슈트록스 장관은 “스페인산 오이가 대장균 박테리아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환자들에게 발견됐던 것과는 다른 종류였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당초부터 자국산 오이가 EHEC에 감염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반발해 왔다. 현재 스페인 남부 농가의 손실액은 주당 2억 유로(3108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로사 아길라 농업장관은 유럽연합(EU)에 피해보상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 각국은 독일을 거쳐 들어온 스페인산 채소 수입 차단 및 기존 물량 회수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스페인산과 독일산 오이, 토마토 등의 채소류 수입을 금지했다. 오스트리아는 독일을 통해 들어온 스페인산 오이, 토마토, 가지의 판매를 금지했으며 체코, 프랑스도 스페인산 오이를 긴급 회수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