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 수사] 박태규, ‘회장’으로 불리며 정부·여야 인사와 접촉

입력 2011-06-01 00:12

민주당이 부산저축은행의 또 다른 브로커로 지목한 박태규씨는 저축은행 내부에서도 베일에 싸여 있던 인물이다.

31일 정치권과 검찰 등에 따르면 박씨는 정치권 주변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언론계 중진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쌓았다. 60대 나이에 대구·경북 출신으로 알려진 박씨는 현 정부 유력 인사인 K·L·S씨 및 K·P·C 등 여야 의원과 종종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사업을 하면서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녔고, 주변에서 ‘박 회장’으로 불렸다고 한다.

박씨는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으로부터 각각 500억원씩 투자받는 등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성사시킬 때 여러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 정치권 인사의 조력이 있었다는 의혹도 있다. 박씨는 당시 ‘성공 보수’로 6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지난 3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 해외로 출국했다. 현재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출국에 앞서 “(검찰 수사에서) 내 이름이 나오지 않아야 저축은행이 살 수 있다”는 내용의 말을 하고 다녔다고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이 전했다. 민주당은 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의 실명을 언급하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김 실장은 정치적 공작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박씨의 실체는 아직도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유명 대학 교수 출신이다’ ‘유명 교회 장로였다’는 등 다른 사람의 경력과 혼동되는 소문 속에 이런저런 설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박씨를 검거해야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실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씨가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 김장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에게 부산저축은행 구명 청탁 전화를 한 박종록 변호사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7∼12월 부산저축은행 고문 변호사를 맡아 청와대, 감사원, 금감원 등에 탄원서와 진정서를 냈다. 거액의 사례비를 별도로 받았다는 의혹도 나왔지만, 박 변호사는 “월 200만원의 고문료를 받고 통상적 활동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청 차장검사, 서울고검 검사를 지낸 박 변호사는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현 정부 몇몇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박 변호사의 구명 활동에도 불구하고 부산저축은행이 고강도 조사를 받고 대전저축은행 매각에도 실패, 결국 영업정지 됐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이 제한적이었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