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훈 대법관 퇴임 “우리 사회 의미있는 변화와 함께하고자 했다”
입력 2011-05-31 19:11
“법관은 법정에서 사회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서 사물이 있어야 할 이상적 상태로 환원해 줄 수 있는 정의를 선언하기를 요구받습니다. 그것은 한 인간으로서 너무나 벅찬 일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홍훈(65) 대법관이 31일 34년간 져온 법관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이 대법관은 6년 임기는 다 채우지 못했지만 65세 정년 규정에 따라 생일인 1일자로 퇴임하게 됐다.
이 대법관은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손수 작성한 퇴임사를 읽으며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법관 생활을 되돌아봤다.
그는 “지금도 가슴 벅찬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비록 부족했을지라도 어떤 한 인생이 던지는 절박한 호소 앞에서 법이 진정 추구하는 바에 다가가고자 노력했던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굴곡진 역사 과정의 한가운데서 의미 있는 변화와 함께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아쉬움이 있다면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두지 못했고, 사회의 흐름을 큰 눈으로 굽어보지 못했던 것”이라며 잠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후배 판사에 대한 믿음도 퇴임사에 담겼다. 그는 “‘뼈에 저미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는 어느 시인의 시구가 생각난다”면서 “여러분은 법원에서 계속 그 별을 볼 것이고 저는 들길에서 그 별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법관은 퇴임 후 고향인 전북 고창에 내려가 1년간 쉬기로 했다. 최근 ‘전관예우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1년간 대법원 사건을 수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법과 행정법 분야 권위자인 이 대법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77년 서울지법 영등포지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법원도서관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거쳐 2006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