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글로벌 투자포럼, 두 전문가의 세계경제 전망과 투자 조언

입력 2011-05-31 22:25


“세계 경제시장에는 ‘슬라미(Slami)’가 생길 것입니다. 쓰나미처럼 한 번에 나오진 않겠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되면 한국과 중국, 브라질에서 1∼2년간 자본이 빠져나올 겁니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31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크리에이티브 리치를 위한 삼성증권 글로벌 투자포럼’에서 ‘천천히(slowly) 닥쳐올 쓰나미(Tsunami)’라는 표현으로 세계 경제를 전망했다. 손 교수는 “세계 경제시장에 현재 4가지 부정적 변수가 존재한다”며 “한국은 제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금융산업 등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가 든 4가지 변수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신흥시장에서의 자본 유출 현상, 유럽에서 계속되는 재정 위기, 계속 올라갈 원자재 가격, 중국 시장의 부동산 버블 등 잠재적 문제점을 말한다. 손 교수는 특히 4가지 변수 가운데 ‘슬라미’로 표현한 자본 유출 현상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100%”라고 설명했다. 피츠버그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손 교수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 수석경제관을 지냈고, 웰스파고 은행 수석부행장을 거쳐 로스앤젤레스 한미은행장을 역임했다.

손 교수는 세계 경제가 ‘더블 딥(이중침체)’에 빠지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답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전체적으로 낮아지겠지만, 2008년 금융위기만큼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면서도 “유럽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면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일본에 모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악재 속에 한국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조선업과 제조업, IT 기술에 치우쳐 온 한국 경제가 앞으로는 서비스 측면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손 교수는 “미국과 유럽 경제를 보면 서비스업이 80%를 담당하는데, 한국은 제조업만 발전했을 뿐”이라며 “삼성과 같은 회사를 금융산업 쪽에서 어떻게 세우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유럽 재정 위기의 해법에 대해서는 “독일이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2.7∼2.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창출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원자재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내수를 올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손 교수와 함께 포럼에 참석한 로랑 기예(Laurent Guillet) 아문디(Amundi) 대안투자자산운용 대표는 앞으로 헤지펀드를 대안투자 수단으로 삼을 투자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헤지펀드는 투자 대상이나 자산운용에 대한 제약이 적다”며 시장 여건 변화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동성이 높은 현재 주식시장 환경에서는 “저평가 주식을 매수하고 고평가 주식을 매도하며 시장 방향과 무관한 ‘절대수익’을 추구하라”고 제안했다.

이어 패트릭 호(Patrick Ho) 범중화권 자산운용 임원은 “중국에서는 홍콩 인구의 2배만큼인 1500만명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서비스 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아제이 엠 카울(Ajai M Kaul) 아시아태평양 자산운용 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 게놈시대 등 ‘파괴적인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